기사 (1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기고] 우리동네 신부님 [기고] 우리동네 신부님 염려하던 일이 결국 터졌다. 마을 앞을 가로질러 왕복 4차선인 김포 시가지 우회도로가 완공되었는데, 육교는커녕 신호등도 없다. 등교하는 학생들이나 읍내에 볼일이라도 있어 나가려는 사람들은 눈치껏 건너야 하는데, 말은 눈치껏 이라지만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판이다. 위태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동네 할머니 두 분이 새벽 미사 갔다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이들 학교 등교시키다가 아차! 하는 날에는 증조할아버지 사시는 세상에 있는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게 생겼다.관공서 출입이 좀 잦고 말이나 좀 한다는 몇몇 사람 붙잡고 얘기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2-01-25 09:35 [기고] 선입감 [기고] 선입감 동절기 채소재배를 위해 들판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하우스 뼈대용인 철 파이프에 비닐을 씌우기 위해서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 낮에는 바람이 불어서 비닐을 씌우지를 못한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위해서 잠자고 있는 아내를 두어 번 넘어 다닌 것이 그만 화근이었다. 잠자던 아내의 다리를 밟은 것이다. 잠결에 신음소리를 내며 실눈을 뜨더니 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귀신 버렁탱이 같은 그놈의 옷 좀 입지 않을 수 없냐는 둥, 머리에 얹힌 까치집은 언제 헐어 버릴 거냐는 둥, 나는 잔소리를 들어 싸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2-01-11 09:39 [기고] 난로 [기고] 난로 아내가 부시럭거리며 점퍼를 꺼내 초등학교에 가는 아들 녀석에게 입히느라고 실랑이다. 녀석은 투박한 점퍼가 싫은지 제 엄마하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점퍼의 앞 지퍼를 잠그지 않고 나섰다. 학교에 난로불은 피냐고 아들 녀석에게 물어보니 녀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요즘 난로 피는 학교가 어디 있어요? 요즈음은 스팀이에요.” 하며 학교로 향했다.난로? 그렇지, 요즈음 난로가 있을 턱이 있나? 40여 년 전 내가 학교 다닐 때의 얘기다. 겨울이면 추워서 아침에 허리를 웅숭그리며 교문을 들어서 운동장을 걸으면서, 제일 먼저 우리 반 교실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2-28 09:32 [기고] 대추나무 도장 [기고] 대추나무 도장 어렸을 적 우리 뒷집에 꽤나 큰 대추나무가 있었다. 뒷집의 옆집, 그리고 우리 집에도 대추나무가 있었다. 부모님 결혼식 폐백 때 조율(棗栗)수 대로 자식을 낳았는지, 우리 형제가 십 남매였다. 할머니 표현대로라면 먹을 것 하나 들고서도 손자들이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하여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했다. 자식들이 대추나무에 대추 달라붙은 듯 한집에 약주 잡숫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얼굴이 대추 빛이었고, 어머님이 연세 들어 돌아가실 때의 주름살이 대추결이었다.대추나무를 보면 부모님이 살아오신 삶을 알 수가 있다. 부모님은 일제치하와 6․25의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2-14 09:30 [기고] 잔소리 [기고] 잔소리 총은 군인들이 쏘고 잔소리는 여자들이 하는 줄 알았다. 군대 다녀오고 결혼을 하고보니 그 말이 맞기는 맞았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투 수칙’여섯 번째에 ‘나는 단 한발의 탄약도 아끼겠다.’라는 항목이 있다. 그만큼 실탄을 아끼고 요긴하게 쓰라고 강조하는 소리였다. 결혼 후 나의 아내도 군인들이 실탄 아끼듯이 잔소리를 아끼면 전혀 문제가 없을 텐데, 그 놈의 잔소리를 묻자 흔한 미군들 총 쏘듯 해대니 환장할 노릇이다.어떤 날은 조반 전부터 잔소리라는 총질을 해대는데, 타깃이라 할 수 있는 목표물이 아들 녀석일 때도 있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2-07 09:47 [기고] 아내가 없는 집 [기고] 아내가 없는 집 살아가면서 어느 때인가 한 번쯤은 일상을 벗어나서 여행을 하고 싶다고 아내가 말한 적이 있었다. 바로 어제, 아내는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난 사람들 몇이서 기차여행을 떠났다. 얼마나 기다렸던 날이었나? 아내 없이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다는 날이, 일요일 맞은 아이들 기분 같았다.언젠가 독수공방하는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방문을 연 순간, 방안에 자유가 넘쳐흐르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먹다 남은 술병은 머리맡에서 휴지로 막힌 채 있었고, 라면봉지는 방 윗목에, 발치께로 밀어놓은 이불은 자유의 분방함을 강조했다. 방바닥에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1-30 09:31 [기고] 초보운전 [기고] 초보운전 먼 논에 물꼬를 보기위해 차를 타고 가는데 뒤 유리에 ‘초보운전’이라고 붙인 작은 차가 국도의 가장자리 길을 조심스럽게 가고 있었다. 마치 얕은 물가에 올챙이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고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저러한 올챙이 적이 있었다. 옛날에 나는 갑자기 차를 샀다.오후에 들이닥친 자동차 판매하는 후배에게 시달림을 당하다 결국은 승용차 한 대를 시장 통에서 물건 하나 사듯이 가볍게 사 버렸다. 아내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저지른 일이라 스멀스멀 걱정이 피어올라서, 전화기를 들고서 기선제압용으로 목소리를 깔아 붙이며 자동차를 샀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1-23 10:08 [기고] 머리② [기고] 머리② 주민등록증 갱신 시간이 두 시간 남았는데 긴 머리를 못 잘랐다. 이발소를 향해 뛰었다. 세상에 이런 낭패가 있는가. 이발소는 월요일이 쉬는 날이라 한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발소 문을 잡고 두드리니, 안 열리던 문이 벌컥 열렸다. 죽어서 천당 문이 열린다면 지금 같은 심정이리라.자초지종은 나중이고 날아서 의자에 먼저 앉았다. 시간 없는데 언제 머리 모양을 내겠냐며 머리는 박박 밀고, 구레나룻은 사진관에서 약품 처리하면 된다 하니 면도는 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돈은 나중에 드린다는 말을 뒤로 남기고, 바짓가랑이에서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1-16 10:07 [기고] 머리① [기고] 머리① 저 뭔 꼴인고? 제 부모가 물려준 고유의 머리 색깔 놔두고서 노란머리, 빨간 머리, 퍼런 머리, 완전히 천연색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간혹 박정희 때가 좋았다고 말들을 하는데, 머리 물들인 녀석들 박정희 때 같았으면 좋기는커녕 뼈도 못 추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남의 얘기하는 것 같다. 하기야 나도 머리 때문에 뼈도 못 추릴 뻔한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1975년쯤 되었을 때였다. 글을 쓰면서 보니 1975년과 1999년이 공통점이 있었다. 그때도 1999년도에 행하는 것처럼 주민등록 일제 갱신이 있었다. 지금 그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1-09 09:48 [기고] 폭탄 [기고] 폭탄 북한에서 연평도에 포격을 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 요인이 위로 차 방문했다가 보온병을 몰라보고 포탄이라고 말을 해서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이렇게도 순진무구한 백성들에게 포탄을 쏘아 댔다니 참으로 천인공노 할 일이다.포탄이나 폭탄이 얼마나 무서운지 당해본 사람들만은 알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이 동족상잔인 6.25의 비극 속에서 무수한 폭탄과 포탄에 희생되었고, 지금도 중동 일부의 지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6.25전후 세대로서 폭탄의 피해를 모른다고 하겠으나,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테러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1-02 17:29 [기고] 우리 동네 다방 [기고] 우리 동네 다방 1980년대 김포평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가을 추수 때가 되니 정미소와 그 옆의 벼 말리는 건조장마다 문들을 활짝 열어 제치고 추수 준비들이 한창이다. 사람들마다 자기가 속해 있는 건조장 출입구로 드나드는 것이 개미들이 개미집 들락거리는 것만큼이나 분주했다.아침부터 수많은 일개미 중에 여왕개미 같은 존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다방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찾아다니는 마케팅이라 하여 오토바이나 자동차로 논두렁 밭두렁을 넘어 다니며 차 배달을 해주었다. 또 얼린 물을 한 통씩 갖다가 분배해 주곤 했다. 이때 몇몇 사람은 그 바쁜 와중에도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0-26 10:25 [기고] 가을을 팝니다 [기고] 가을을 팝니다 가을을 팝니다. 백로(白露)를 맞이하여 가을 상품을 출시하여 새로이 선보이니 많은 구매 바랍니다. 백로 무렵에는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해를 겪기도 합니다. 올해는 태풍도 없었습니다. 봄부터 나무 가지의 움을 터 여름내 푸르게 제작하여서 붉고 푸르게 염색해 가을 상품으로 내 놓았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불경기라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가을 상품 하나쯤은 들여놓지 않으시렵니까. 지난여름 가뭄에도 잘 견디어서 울긋불긋 한 것이 색상도 참 좋습니다. 성미 급한 나무는 한로(寒露)를 맞이하여 낙엽이라는 전단지를 한두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0-19 10:25 [기고] 복날은 간다② [기고] 복날은 간다② 개가 다치게 된 경위를 들은 수의사 선생이 다리 부분을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을 보여 주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간에 교통사고는 하루 이틀 지나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니 모레쯤 다시 내원하라고 권했다.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개가 먹은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놀라서 다시 한 번 배 부분을 엑스레이 찍고 사진을 보는데 아무 이상이 없더란다.동물병원에 있던 아가씨들이 “경비야 잘 가”, “경비야 아프지 말고 근무 잘 서”라는 인사를 받으며 농장에 도착하고서야 검둥이가 토한 원인을 알았다. 검둥이가 깨갱거리며 차 밑에서 튀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0-13 09:56 [기고] 복날은 간다 ① [기고] 복날은 간다 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대신 연분홍 복사꽃이 봄바람에 흩날리며 봄날은 가건만, 몇 달째 비다운 비 구경을 못했다. 양수기 네 대가 연신 물을 뿜어 올리고 밭고랑을 가로지른 물 호스에 걸려 넘어질 뻔도 했다. 그러한데도 부추 밭에선 흙 버짐이 일어났다. 세상이 말라붙는데 사람이라고 다를까. 깡마른 얼굴에 주둥이만 걸린 내 모습이 가끔 운동 삼아 논에 물꼬 보러 오는 목사님 눈에도 안쓰럽게 보였었으나 보다. 목사님이 개고기 스무 근을 줄 터이니 몸보신하라고 한다.이삼 일 지나서였을까 목사님이 젖을 떼지도 않았을 법한 검정개 한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10-06 09:38 [기고] 우리 동네 병원(2) [기고] 우리 동네 병원(2) 저렴한 값의 실력이 있는 의사를 찾아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들판을 건너 산을 넘고서 명의를 찾아갔다. 산 밑에 암자라고 보기에는 크고, 호화주택이라 부르기에는 초라한 집이 있었다. 그 곳에 정말 하얀 사람이 있었다. 머리와 수염이 하얀 것이 아니고, 흰 가운을 걸쳐서 그렇게 보일 따름이었다.고수의 품위는 날카로운 눈매와 하얀 수염이 말해 준다고 했다. 내 앞에 있는 의사는 가냘픈 금테 안경 속의 날카로운 눈매와 흰 가운으로 의사의 품위를 대변하는데, 저 정도의 의사에게는 내 치아 전체를 맡겨도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적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09-28 16:42 [기고] 우리 동네 병원(1) [기고] 우리 동네 병원(1) 집 앞에 병원을 짓는데 나날이 층수가 올라가는 것 같다. 풍문에 듣자하니 우리 지역에서 제일 큰 병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할 일 없는 마을 노인네들이 병원신축현장에서 들려오는 망치 소리를 들으며,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지만, 우리 동네에 병원이 생길 줄을 누가 알았느냐면서 옛날을 회상했다.지금은 김포시내에 병원이 즐비하여 번화가에 구멍가게 들어선 것만큼이나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사람의 신체 각 부위별로 세분화한 병원들이 개원하고 있어서 다 죽어 가는 사람도, 그 건물을 풀코스로 한 바퀴 돌고 나면 건강해져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09-22 09:47 [기고] 온달과 평강 [기고] 온달과 평강 “나나 되니까 이러한 집에 시집와서 살지” 신혼 초에 아내에게서 자주 듣던 푸념과 한탄조의 소리였다. 그 말은 듣는 즉시 말이야 바른말이지 아무나 이러한 집으로 시집을 오나? 평강공주나 되니까 바보온달네로 시집을 오지. 평범한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응수를 했던 적이 있었다.선을 처음 보는 순간에 저 남자가 내 남편감이라고 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내가 아니면 저 남자는 사후 몽달귀신이 될 것만 같아 보였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쉽게 결혼할 수 없는 악재가 겹쳐 있었다. 우선 농촌총각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한 상태에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09-15 09:48 [기고] 우리 동네 의사님 [기고] 우리 동네 의사님 아침에 일어나서 왼팔을 움직이는데 통증이 심했다. 잠결에 팔꿈치로 벽 모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만, 오후 들어서부터는 물주머니까지 생겼다. 걱정만 하며, 아내의 병원에 가 보라는 소리에도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의료보험 카드만 들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팔이 아프면 뼈에 이상이 있을 것인즉 정형외과를 가야 하는데, 시내에 몇 군데 있는 정형외과 중에 집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가 용하다는 소리를 익히 들어왔고, 치료도 두어 번 받아 봤다. 그런데도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 병원 의사가 지금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까?지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09-08 09:32 [기고] 손더스 중사 [기고] 손더스 중사 결혼을 한 후 아내가 시가에 들어오는 날 나는 보았다. 아내의 실망에 찬 눈빛은 훈련을 마친 신병이 부대에 배치될 때 후방이나 수도권에 있는 비전투부대가 아닌, 포탄이 서로 교체되는 최전방 참호 속으로 배속되었을 때의 바로 그 눈빛이었다. 많은 부대 중에 자기가 배속된 부대(시댁)의 가난함에 전의를 잃고 망연자실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도저히 전투(살림)를 제대로 치러낼 성 싶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혼이라는 연을 맺고서 전우(부부)가 되어, 생존경쟁이라는 싸움터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투를 치러야 했다. 전쟁터에서 승리한 자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08-31 15:55 [기고] 고추말리기 ② [기고] 고추말리기 ② 일 년 중에 부부 싸움을 고추 말릴 때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내가 이제는 아예 도움도 청하지 않고 고추 자루를 추스른다. 이럴 때는 나도 그저 말 한마디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도 혼자 고추 자르는 것이 안 돼 보여 동네 형님네서 고추 자르는 기계를 빌려다 자르기로 했다. 동네 형님이 고추 자르는 기계를 빌려주며 당부를 했다. 사용하고 바로 갖고 오라며, 내 물건 내돌리는 것이 싫다고 말이다.전기모터로 잘려나간다. 넣기가 바쁠 정도로 고추가 잘려 나가 금세 고추 한 자루를 잘랐다. 아내 말로는 일기예보에서 한 동안 빗방 기고 | 전국매일신문 | 2021-08-25 09:42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