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우지인 한라산의 강수량이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8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673ｍ)에는 지난달 비가 지난해(568.0㎜)의 18%, 평년(1000.1㎜)의 10% 수준인 103.5㎜밖에 내리지 않았다.
한라산 고지대에 지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2002년 12월 이후 8월 강수량으로는 가장 적은 수치다. 윗세오름의 8월 강수량은 2003년 798㎜, 2004년 1933.5㎜, 2005년 693㎜, 2006년 277㎜, 1413㎜, 2008년 210.5㎜, 2009년 530㎜, 2010년 2145.5㎜, 2011년 1305.5㎜, 2012년 1894.5㎜, 2013년 662㎜, 2014년 2432.5㎜, 2015년 568㎜ 등 수백㎜에서 많을때는 2000㎜를 넘었다.
올해 8월 강수량은 가장 적게 내린 2008년 강수량(210.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진달래밭(해발 1489ｍ) 역시 지난달에는 AWS 설치 이후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지난해(546.5㎜)의 37%, 평년(870.1㎜)의 23% 수준인 202.5㎜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진달래밭의 8월 강수량은 2003년 945.5㎜, 2004년 1147㎜, 2005년 753㎜, 2006년 349.5㎜, 2007년 1489㎜, 2008년 420.5㎜, 2009년 683.5㎜, 2010년 1172.5㎜, 2011년 1137㎜, 2012년 2006.5㎜, 2013년 475㎜, 2014년 1974.5㎜, 2015년 546.5㎜이었다. 성판악(해발 763ｍ)의 8월 강수량도 지난해(451.5㎜)의 46%, 평년(849.4㎜)의 24% 수준인 206.5㎜에 그쳐 1998년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어리목(해발 965ｍ)도 지난해(382.5㎜)의 27%, 평년(637.6㎜)의 16%인 102㎜에 머물렀다.
이처럼 '여름 가뭄'이 찾아온 탓에 물이 가득 들어찬 만수위 때는 수심이 3∼4ｍ에 이르는 한라산 산정화구호 백록담은 바닥을 상당 부분 드러냈다. 지난 2∼3일 최고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물이 많이 빠진 상태다.
이처럼 지난달 한라산 강수량이 적었던 이유는 태풍 내습이 올해는 없었던데다가 줄곧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대륙에서 발달한 고기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과거 사례를 찾아보면 2014년 8월 1일부터 3일 오전 6시까지 윗세오름에는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1480㎜의 비가 내리고 2일 하루 동안만 비가 1182㎜ 내렸다. 태풍 '찬홈'이 내습했던 2015년 7월 11일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는 윗세오름에 1432.5㎜의 폭우가 내렸다.
이처럼 제주 산간에는 여름철 태풍이나 장마전선 북상 등으로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기류가 한라산과 충돌, 강제 상승하면서 비구름대가 형성돼 수 백㎜, 많게는 1000㎜가 넘는 폭우가 종종 쏟아지곤 한다.
지난달에는 한라산 말고도 제주도 전역에서 평년에 비해 적은 강수량을 보였다. 제주(제주지방기상청)에는 지난해(248.6㎜)의 30%, 평년(262.5㎜)의 29% 수준인 75.6㎜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서귀포 지점은 지난해(157.3㎜)보다는 많은 170.9㎜가 내렸으나 평년(291.6㎜)과 비교하면 59% 수준이었다.
지난달 지점별 강수량을 평년치와 비교해본 결과 10∼62% 수준에 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나타나 행정당국이 급수지원까지 벌여야 했다. 기상청은 9월에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겠으며, 대기 불안정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다소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