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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8] 제3지대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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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8] 제3지대는 필요하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10.2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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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정작 걱정해야 할 일은 당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 유승민 이들 두 사람이 가진 엘리트 의식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데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처지가 비슷하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각각 모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왔지만 자칫 모당에 다시 빨려 들어갈 운명에 처해 있다.
 
국민의당은 당의 기반이 되고 있는 호남에서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어주고 존재감마저 잃고 있고 ‘중도보수 통합’을 내건 바른정당 역시 보수의 극에 위치한 자유한국당에 가려 초라하기 그지없는 형국이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생존을 위한 가엾은 눈치보기도 두 당은 빼 닮았다. 국민의당에서는 광주.전남지역구 소속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힐끔거리고 있고, 바른정당에서도 한국당으로 짐싸 들고 투항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는 쥐들이 먼저 뛰어 내린다’는 말보다 더 적확하게 두 당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다시말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가만히 있다가 말라죽거나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형편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양당의 합당이다. 그동안 정치권의 입담정도에 그치던 두 당의 합당논의가 수면위로 떠 오른 것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두 당의 합당은 여러 가지로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우선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과 영남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이라는 상이한 지지기반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일당지배를 우려하는 호남과 영남의 민심이 제3지대의 새로운 정당에 담김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호남의석을 싹쓸이 한 현상은 사화산이 아니라 휴화산으로 민심 속에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계기가 되면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뜨거운 용암으로 분출되듯이 민심역시 영남 한국당, 호남 민주당이라는 등식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별적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아류나 꼬마정당의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투표현장에서 사표방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 뛰어보았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이길 수 없고, 바른정당 역시 이런 형태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에게 흡수돼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은 두 당의 창당 주역인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초심으로 돌아가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이뤄낼 수 있다.
 
안철수 대표는 지역차별, 지역감정 해소를 본인의 정치적 가치는 물론 창당의 핵심가치로 삼아 민주당에서 독립을 선언했고 유승민 의원은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새 살림을 차렸던 사람들이다.

만약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을 하게 된다면 민주당과 한국당에게도 새로운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는 결국 한국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정치적 존재 이유가 아직 남아 있다면 그들의 초창기 마음가짐을 국민들에게 통합의 정치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당에서는 호남지역 일부 의원들이 합당에 극구 반대하고 있고 바른정당에서는 정치생명을 염려한 일부 의원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하고 있다. 만약 두 당이 합당하게 된다면 이들은 이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아 뛰쳐나갈 것이다.

하지만 합당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는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될 수도 있으나 두 당의 합당이 가져 올 가치를 생각한다면 그리 애석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이 될 수도 있다.
 
정작 걱정해야 할 일은 당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 유승민 이들 두 사람이 가진 엘리트 의식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데 있다.

벌써부터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되고 하는 언급들이 당사자인 안철수, 유승민의원에게서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두 당의 통합은 비정상적인 한국정치의 틀을 정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겠지만 합당의 가장 큰 장애물은 두 당의 최대 주주에 있다는 것이 또한 난제다. 기대와 우려가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의원에게 상존하는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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