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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여건 대폭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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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여건 대폭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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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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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 1주일새 16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치료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의 인력·장비난을 호소하자 외상센터 지원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는 것이다. '중증외상 분야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7일 올라온 이 청원의 동의자 수는 현재 '조두순 출소 반대'(54만6000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여기에 올라온 청원이 30일 이내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교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어 곧 20만 명을 넘을 것으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도 답변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 청원에 대한 동의가 이처럼 쇄도한 데는, 북한 군인 치료 과정에 대해 이 교수가 브리핑한 뒤 벌어진 논란도 일조한 듯하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1차 브리핑에서 "북한 군인의 파열된 소장 안에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있었고, 복강에서 분변과 함께 소량의 옥수수가 발견됐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틀 뒤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 군인이) 인격적 테러를 당했다.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했다", "(환자정보 누설을 금지한)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 등의 주장을 폈다. 그러자 이 교수는 22일 브리핑에서 "의료기록 비공개 원칙과 언론의 알 권리 보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북한군 환자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후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이국종 교수한테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겠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국내에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이끈 당사자가 바로 이 교수다. 2011년 1월 심각한 총상을 입은 채 이송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것이 계기가 됐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이 교수는 이듬해 5월 외상환자 진료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응급의료법(일명 이국종법) 개정을 끌어냈다. 이 법에 따라 전국 16곳의 광역외상센터가 지정됐는데, 현재 운영 중인 곳은 9곳에 불과하다. 가동 중인 센터들도 대부분 운영난과 인력난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면 시설비와 장비 매입비 80억 원에다 연간 7억∼27억 원의 운영비가 지원되나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해마다 수십만 명의 중증외상 환자가 생기고 이 가운데 약 3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봐도 한국은 무려 35.2%에 달해 미국, 독일, 일본의 15∼20%보다 훨씬 높다. 매년 중증외상 환자 1만여 명이 제대로 된 치료시스템이 없어 죽어간다는 뜻이다.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이다. 그 안에 가까운 외상센터로 옮겨져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골든타임을 맞추기에는 응급장비를 갖춘 환자이송용 헬기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외상센터에 실려 오는 환자 가운데 작업장 노동자, 자영업자 등 서민층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지금이 외상센터의 응급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적기여서 정부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시스템 혁신 등 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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