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도 양신도 없는 정권....불행은 국민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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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도 양신도 없는 정권....불행은 국민의 몫
  • 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 승인 2018.08.2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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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충신과 양신의 고사는 당태종 시대 명신 위징의 간언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루는 태종에게 위징이 고했다. “폐하, 저를 ‘충신’으로 만들지 마시고 ‘양신’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인가?” “폐하, 충신은 자신도 죽고 가족과 가문도 풍지박살이 납니다. 군주도 폭군으로 낙인 찍혀 결국 나라도 멸망합니다. 남는 것은 충신의 이름 석 자뿐입니다. 하지만 양신은 살아서는 편안한 삶을 살고 명성을 얻고 가문도 번창합니다. 군주 역시 태평성대를 누리고 나라도 부유해 집니다. 저는 폐하의 충신보다는 양신이 되고 싶습니다” ‘정관의 치’라 불린  태종의 치세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징의 끝없는 간언을 들어준 태종의 통 큰 리더십에도 기인한다.


위징의 깐깐한 간언에 분노한 당 태종이 “위징을 끌어내어 참하라”라는 말을 수없이 한 뒤  “그만 두어라”라고 외치는 순간이 많았다고 하니 간언을 포용하는 리더십이 ‘양신’의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역대정권을 돌아보면 ‘가신(家臣)’ 은 있어도 ‘충신’도 ‘양신’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권마다 바뀌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만 보아도 신하는‘충신으로 살 사명감도 없으며 리더는 ’양신’을 포용할 리더십도 보이지 못했다.


8월 26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차관인사에서도 ‘양신’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힘들 일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청와대는 황수경 통계청장을 면직하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을 후임 청장으로 임명하였다.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왈가불가할 사항은 아니지만 통계청장 자리가 전문성을 우선시 하는 비정치적 부처라는 점에서 2년 임기 중 1년 남짓하게 재임한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갑론을박의 시발점이  ‘소득계층 간 분배가 악화됐다'는 통계청 1분기 가계소득 동향발표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주도한 통계청장 경질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다. 통계청 발표 이후 야당과 일부 언론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십자포화가 이어졌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불화설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장실장의 손을 들어준 순간, 예고된 경질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황청장의 경질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후임자 임명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신임 통계청장에 임명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있던 지난 5월 1분기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된 통계청발표 자료를 새롭게 분석하여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청와대에 제출한 인물이다.


신임 강청장은 표본 가구수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면서 빈곤층이 많은 1인가구, 고령층 등 저소득층 표본이 많이 들어오면서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청와대가 원하는 통계자료를 제출한 인사가 발탁 되었단 점과 표본선정에 따라 정반대의 통계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전임 황청장의 발표가 탐탁지 않아 새롭게 표본을 선정,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한다면 향후 강신욱 통계청의 발표자료 신빙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야당이나 다른 단체에서 또 다른 표본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주장한다면 어떤 논리로 반박할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통계자료는 국가정책의 결과물이다. 통계자료가 국민체감지수와는 많이 다르더라도 학계나 언론계 등 다양한 기관에서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통계청장 경질사태는 이러한 국가통계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전임 황수경 청장은 노무현 정권 인수위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진보성향의 노동학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러한 황청장이 진보정권을 어렵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표본을 선정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수년간 통계자료를 작성해온 전문관료 또한 정권초기에 정권에 도움이 안 되는 통계자료를 의도적으로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통계청은 지금껏 해온 대로 규칙과 기준에 따라 표본을 선정하고 결과를 발표 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부인해도 통계자료마저 정치적으로 고려하여 작성해야 한다면 당장은 몰라도 통계청 정치화의 부작용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          


통계청장 경질에 이렇게 우려를 표하는 것은 ‘양신’마저 도태되는 정권에서 불행의 몫은 정권이 아닌 국민이기 때문이다. ‘양신’이 많을수록 정책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신뢰도가 오르면 지지율는 상승하게 되어있음을 청와대는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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