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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유한국당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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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유한국당 ‘내홍’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12.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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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보수 야권 내의 친박-비박 싸움은 가히 태생적 불치병 수준이다. 집권 때 그 싸움으로 그들의 '대통령'을 잃고 정권도 넘어갔는데 이제 야당으로 쪼그라들어서도 여전히 피 터지게 싸운다. 좌파 정권의 득세로 수많은 국민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데도 친박-비박은 '네 탓' 운운하며 여전히 그들만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집권 세력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야권에 기대가 조금씩 살아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더 싸운다. 이제는 '친박당'까지 거론하며 싸운다. SNS상에서는 '박근혜 탄핵'과 관련해 이른바 복당파 인사들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인격 살인이 횡행한다.

지금 나라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며 우리의 미래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데 아직도 친박-비박 싸움이냐고 지탄해봐야 소용없다. '너희는 짖어라. 우리는 싸운다'는 식이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들고 있는가? 어쩌면 영어의 몸으로 인생의 최악을 경험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일반의 동정과 안타까움에 동조 또는 편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셈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자신들이 그 알량한 국회의원 자리에서 밀려나면 닥칠 수 있는 불이익이 그들을 전투적으로 만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보수대통합이란 대명제를 실현해야하는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보수대통합의 방법론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앞날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성장 경제정책이 가져온 경제난국 때문에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혁신을 하면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마저 놓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한국당에는 친박과 비박으로 두 갈래의 큰 줄기가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비박진영이 당을 뛰쳐나갔다가 다시 친정인 한국당으로 돌아와 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친박측은 당을 분열시키면서 보수당을 파멸로 이끈 사람들이 당으로 되돌아와 보수대통합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비대위와 조강특위는 최근 112명의 현역 의원 중 18.8%가 물갈이 대상으로 친박계 핵심 홍문종,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현역 국회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향후 공모대상에서 배제시켰다. 이 상태라면 이들은 2020년 4월 총선 때 재공천에서 원천배제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보수정치의 몰락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책임을 묻는 조치가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국민, 특히 보수유권자의 눈높이엔 모자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갈이 대상 중 상당수가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각종 위법행위로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순수한 의미의 물갈이는 5, 6명 선에 불과,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또 내년 2월에 들어설 새 지도부가 당 화합을 명분으로, 혹은 자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살생부를 찢어버릴 수도 있다. 여기다 옥석을 제대로 가려냈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조강특위는 2016년 총선 공천파동, 최순실 사태와 국정실패, 보수정당 분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등 네 가지 사안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골라냈다고 밝혔다. 무능과 탐욕으로 보수의 몰락을 부른 이같은 ‘4대 참사’는 서로 연결돼 있다. 20대 총선 패배로 박근혜정부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국정농단 파문에 보수 전체가 휩쓸려갔다. 그 여파가 두 개의 보수정당 체제, 그리고 잇단 선거 참패다.

또한 조강특위는 당초 ‘존재감이 약한 영남 다선’을 인적 쇄신의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경남은 재판 중인 이군현, 엄용수 두 의원에 그쳤다. 쇄신이 가장 급한 경남은 사실상 손을 못 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당 현역 국회의원 112명(지역구 95명, 비례대표 17명) 중 이번에 인적청산 대상이 된 21명을 제외하곤 ‘4대 참사 책임론’에서 과연 자유로울까. 참사 별로 무겁고 가벼움은 있지만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인물은 없다.(한국당 밖으로 나간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논외로 친다) 대구·경북의 한국당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총선 때 ‘배신의 정치’를 찍어내고 ‘진박’을 심겠다며 청와대 하명(下命)공천 칼을 휘두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부터, 참사 때마다 지역의 보수정치 세력이 중심에 있었다. 실제로 조강특위는 책임여부를 어느 시점부터 따질지 논의하다가 2016년 총선 과정의 계파 갈등과 낙하산 논란부터 당 몰락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대구·경북의 국회의원 25명 중 한국당 소속은 20명이다. 이 중 5명이 당협위원장 자격 박탈(이완영·곽상도·정종섭)과 추후 공모대상 배제(최경환·김재원) 조치를 당했다. TK 물갈이 비율이 25%로, 전국 평균 22%(지역구 95명 중 21명)와 엇비슷하다.

대구에서 3선 국회의원(비례대표 포함 4선)을 지낸 이한구 전 위원장처럼 당을 휘저어 놓고 정치권에서 사라져버린 인물은 어쩔 수 없어도, 현역 TK 의원들에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거란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조강특위는 그동안 기득권이나 당 강세 지역에서 안주해 온 다선 의원들에 대해선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별로 적용하지 않았든지, 방어막이 워낙 셌든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살아남은 의원들이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지난 과오들을 망각한 채 다시 정치적 웰빙 생활을 즐기는 상황이 올지 걱정이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잇단 실책 반작용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조금 오르자 자기들의 노력 때문이 아님에도 과거의 영화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에 더욱 그렇다. 김병준 위원장이 대대적 인적청산을 예고했던 모임은 재경 출향인들이 만든 ‘대경 선진화 포럼’이다. 김 위원장이 2차(전당대회), 3차(2020년 총선) 인적청산 필요성을 설파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한국당은 총선 공천 파동, 탄핵, 분당, 지방선거 참패 등에 대한 책임으로 물갈이에도 국민들에게 점수를 딴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뼈를 깎는 혁신과 참신한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보수 정당의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다.

침몰에도 변화를 거부해온 한국당의 재건을 위한 새로운 몸짓으로 평가한다. 환골탈태 없이는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한국당의 위기 수준을 놓고 볼 때 보수 재건을 위한 추동력을 얻으려면 이런 정도의 물갈이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의문이 간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전당대회가 친박-비박의 막장 싸움터로만 시종하고 ‘원수’로 덧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또 다음 대통령 주자들의 예비 출정식 정도로 치부되면 한국당의 앞날은 기대할 것이 없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오히려 야당이 새겨들을 만한 조언(助言)이다. 한국당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한국당에 지금 저을 노가 없고, 있다 해도 노를 저을 사람이 없다. 아니 노를 저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 자체가 없다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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