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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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역습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1.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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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고 한다. 플라스틱 없이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십 나노미터(Nano meter) 크기의 패턴 해상도를 갖는 반도체 소자, 얇고 화려한 색감의 LCD와 유기EL 디스플레이, 고성능 2차전지, 초극세사와 기능성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은 플라스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제품이라는 것이다.

가볍고 단단한데다 가공이 쉬워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며, 편리함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이 이제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촌 곳곳에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백 년 간 매우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현재 1분마다 쓰레기 트럭 1대 분량이 바다에 투기, 매년 500만~1300만 톤이 전 세계해양에 누출된다고 한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83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 이중 75%인 약 63억톤이 쓰레기의 형태로 배출되고 있으며, 이처럼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썩지 않은 채 바다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태평양에서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만든,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일명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지난 2015년 기준 133kg으로 세계 1위로, 미국(93.8톤)과 일본(65.8톤)보다 훨씬 많으며,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양도 가늠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지난 2016년 EUROMAP(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설비 제조자협회)에서 전 세계 63개국의 자료를 수집하여 비교한 ‘Plastics Resin Production and Consumption in 63 Countries Worldwide’보고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플라스틱 사용량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든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에 대한 사용 중독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플라시틱 쓰레기가 이제는 국제적인 오명(汚名)까지 쓰게 됐다.

지난해 7월21일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5100톤이 필리핀 마사미스 오리엔탈 소재 베르데 소코 소유 부지인 만다니 섬에 방치돼 있고, 10월20일 불법 수출한 불법 쓰레기 1200톤이 필리핀 관세청이 같은 지역 터미널에 51개 컨테이너로 압류해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컨테이너 51대에 담겨 있는 1200톤의 쓰레기가 먼저 13일 필리핀 현지에서 선적돼 3~4주 뒤 한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쓰레기를 수출한 경기도 평택시의 A업체가 반입해 와야 하지만 연락조차 제대로 닿지 않고 있어 환경부가 대집행의 형식으로 쓰레기를 들여오게 됐다.

6300톤의 쓰레기를 폐기하려면 비용만 9억 원이 넘고, 여기에 반입에 소요된 인건비와 운반비가 추가로 들어간다고 한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5mm 미만의 작은 조각인 미세 플라스틱(Micro Plastic)과 미세 플라스틱이 쪼개지거나 분리되면서 생기는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플라스틱(Nano Plastic)이다.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미세한 크기가 되면 생태계에 어마어마한 교란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의뢰해 목포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판 중인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류를 분석한 결과 6종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프랑스산 천일염에서는 100g에 24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국내산은 최고 28개, 중국산 천일염에서는 17개가 나왔다.

그린피스와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생산된 39종의 소금 중 36개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소금에서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 평균 개수와 세계 평균 1인 하루 소금 섭취량을 곱하면 1인당 매년 약 20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소금 섭취를 통해 체내에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이 미국·영국·쿠바·인도 등 세계 14개국에서 수집한 수돗물 샘플 159개를 분석한 결과 80%가 넘는 128개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지난 2017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4개 정수장 중 3개 정수장에서 수돗물 1ℓ당 0.2~0.6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고, 한강에서는 ㎥(t)당 1~2.2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빈대학 필립 슈와블 박사 연구팀은 전 세계 8개국 사람의 대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전원 대변에서 10g당 평균 2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1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인체와 유사한 기관 구조를 갖고 있는 줄무늬 열대어 제브라피시를 이용, 생체 내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몸속에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세포를 훼손하고, 다른 물질의 독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고래의 사망 원인 중 56%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사망한다고 한다. 바다로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은 새우, 홍합, 굴 등 다양한 해양 동식물의 먹이가 되고, 결국 이들은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25년 까지 생산자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90%를 수거하도록 하는 법제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라는 지촌 재앙을 막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국민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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