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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견인 위한 ‘외교적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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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견인 위한 ‘외교적 결단’
  • 서정익 기자
  • 승인 2019.03.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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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훈련-北핵·미사일실험 ‘쌍중단’ 구도 유지…美전략무기 출동↓
軍 “연합방위태세 유지 확고한 방침”…소규모부대 연합훈련 상시 실시

 한미 국방 당국이 3일 매년 초 실시하던 2개의 연합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고자 취한 '결단'이란 평가가 나온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은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매년 초 시행해왔던 2대 핵심 훈련이다. 이들 훈련을 완전 종료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축소해 시행하겠다는 결정은 양국 국방당국이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결정은 지난 2일 저녁 10시부터 45분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의 전화통화로 최종 결정됐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양국 국방 당국간 협의로 ‘큰 그림’을 완성한 이후 이번 통화로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한미 당국은 실무적으로 훈련 중단과 명칭 변경, 훈련 축소 조정 등의 방향을 정해놓고 양국 국방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과 섀너핸 장관 대행은 이번 결정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려는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두 장관이 “이러한 연습·훈련 조정에 대한 동맹의 결정이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기대가 반영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비록 북미 정상 간의 지난달 27~28일 하노이 ‘핵담판’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차후 대화의 동력과 모멘텀 유지를 위해 국방 당국이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끝난 상황에서 북한이 현재의 협상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측면을 감안한듯 한미는 정상회담이 끝난지 사흘만에 훈련 종료를 발표했다.


 결국 이번 결정을 통해, 한미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은 핵·탄도 미사일 시험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이른바 ‘쌍중단’의 암묵적 합의틀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양국 국방 당국의 이런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생각인가 아니면 중단 상태로 둘 것인가’라는 질문에 “군사훈련은 내가 오래 전에 포기했다”면서 “훈련은 재밌고 좋고 전쟁연습(war games)을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필요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그렇지(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는 군사훈련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미국 국방부가 정상회담 이후로 연합훈련 일정 발표를 미루자고 우리 측에 요구한 것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안에 언급할 것으로 예견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그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이들 두 훈련을 종료하기로 한데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북한은 KR과 FE훈련에 대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란 한미 국방 당국의 발표에도 “침략전쟁 연습”, “핵전쟁 연습” 등의 격한 어조로 강력히 반발해왔다.


 유엔군사령부는 매년 KR 연습 계획을 북한 측에 통보하고 있으나, 북측은 이를 정식으로 수령하지 않고 있다.


 북측의 이런 태도로 인해 유엔사 군정위 요원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의 군사분계선(MDL) 식별을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턱 앞에서 핸드마이크로 훈련 일정을 통보하는 우스꽝스러운 행위는 이미 관행이 됐다.


 KR과 FE훈련 종료로 B-1B 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핵잠수함, F-22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군 전략무기 한반도 출격 횟수도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출동하면 북한의 반발이 거셌다.


 한미 국방부는 작년에도 연합훈련의 규모와 일정을 조정한 바 있다.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하자 당시 8월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시행하지 않았다.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인 KMEP(케이멥)도 19회 예정했으나 11회만 시행했다.


 북한의 비방 강도가 컸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도 중단한 바 있다. 이 훈련은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됐는데 2017년 12월에는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한미 공군 27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훈련 내용이 공세적이어서 북한은 큰 위협으로 인식해왔다.


 한미 전투비행대대 전술과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시행되는 쌍매훈련(Buddy Wing)도 연기했다가 최종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이런 조치와 함께 남북간 군사합의서 채택과 이행 등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국방 당국은 이들 두 훈련 종료에도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장관과 섀너핸 장관대행은 통화에서 어떠한 안보 도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군의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보장해 나간다는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으며, 새로 마련된 연합 지휘소연습과 조정된 야외기동훈련 방식을 통해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변화해도 연합방위태세는 확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양국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독수리훈련이 사라지더라도 이를 대신해 대대급 이하의 소규모 부대 연합훈련은 상시로 진행되기 때문에 훈련의 질과 양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이행 합의 도출이 지연되면서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종료하는 것이 전략적 측면에서나 연합 방위력 유지 측면에서나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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