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축제 관광객 외면 ‘그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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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축제 관광객 외면 ‘그들만의 잔치’
  • 제주/ 곽병오기자
  • 승인 2019.03.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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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부활 반복 경쟁력 없는 축제 난립…“선택과 집중 필요”

 제주의 축제가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성·정체성·특수성 등 향토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연예인 공연과 먹거리 마당으로 일관하면서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제주가 과거 한국관광의 1번지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 지역 축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경쟁력 없는 축제 우후죽순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도 등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제주 지역의 축제는 탐라문화제와 제주감귤축제, 유채꽃축제, 제주철쭉제 등 4개에 불과했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니 제주의 다양한 관광자원, 특산품, 설화, 자연물 등을 활용해 축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억새꽃축제와 한라산눈꽃축제, 탐라국입춘굿놀이, 성산일출축제, 왕벚꽃잔치 등 새로운 축제가 생겨나면서 그 수는 20여개로 늘었다. 
 
 이어 2000년대에도 최남단방어축제·삼양검은모래축제·제주마축제·가파도청보리축제 등이 새로 추가돼 축제는 무려 50여개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역축제가 난립하자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제주도는 2007년 지역 축제의 내실화와 적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사전 심의제도를 도입해 일부 경쟁력 없는 축제들을 퇴출하거나 통합했고, 기존에 축제로 분류됐던 서귀포 겨울바다 펭귄수영대회와 같은 일부 스포츠 행사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경쟁력 없는 기존 상당수 축제가 그대로 남거나 박람회 등 다른 형태로 살아남았다.
 
 또한 서귀포 천제연폭포에 깃든 칠선녀 설화를 모티브로 한 칠선녀축제는 기존 칠십리축제와 하나로 통합됐으나, 지역주민의 요구 끝에 지난 2017년 11년만에 부활했다. 
 
 사라지고 새로 생기기를 거듭한 끝에 2019년 올해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서 이틀 이상 진행되는 제주의 지역 축제는 총 40개다.
 
 축제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축제의 성격을 띠거나 민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축제도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에 모두 합치면 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축제는 60개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는 1962년부터 열린 탐라문화제로, 올해 58회째를 맞는다.
 
 40개의 축제를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관광축제가 16개(40%), 전통민속문화축제 14개(35%), 특산물축제 9개(22.5%), 기타 1개(2.5%) 등이다.
 
 관광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축제가 주를 이루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특산물축제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 예산만 축내는 선심성 축제 전락
 제주 지역 축제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가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40개 축제의 총 예산 규모는 82억6천400만원이다.
 
 이중 91%인 75억2천만원이 국민의 혈세인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축제의 자립도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1억원 안팎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치러지는 지역 축제가 전체의 70%(28개)에 달해 기획의 완결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
 
 완성도 높은 축제를 만들기보다 각 지역에 골고루 예산을 배분해주는 '선심성 사업'이라는 핀잔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축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도내 가장 큰 규모인 제주들불축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부분의 행사에서 축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은 '언감생심'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축제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축제를 평가하는 제주도축제육성위원회를 운영한다. 
 
 그러나 올해 열리는 40개의 축제 중 제주도축제육성위원회의 평가 대상에 포함된 행사는 29개뿐이다.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는데도 나머지 11개 축제는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경쟁력 없는 축제가 열리고, 행사장에서는 같은 프로그램과 단순 이벤트성 공연이 주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잘못된 규정이 한 몫을 한다.
 
 축제 보조율 지원 기준을 보면 축제육성위원회의 축제평가 심의를 받지 않은 축제와 신규축제에는 전체 예산의 50%를 보조하고, 평가심의를 받는 축제에 대해서는 70%까지 보조를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축제육성위원회의 평가를 받으면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므로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축제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객이 축제를 보러 제주를 찾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들불축제와 같은 제주 대표 축제가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경쟁력 없는 축제를 퇴출·통합하면 어느새 예산조정과정에서 다시 살아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며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민, 지역경제가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기존의 관행을 깨고 (제주의 축제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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