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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준공영제 年 2500억 지원금 ‘눈먼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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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준공영제 年 2500억 지원금 ‘눈먼 돈’
  • 이신우기자
  • 승인 2019.05.1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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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이 여러 업체 지분 보유, 친인척이 임원…업체간 상호출자
승객 수 주는데 지원금은 '눈덩이'…운송원가 산정, 업체자료에 전적 의존
"일부 노선 공공화 통해 운송원가 검증 필요"
<전국매일신문 이신우기자>

 준공영제하에서 세금 지원을 받는 서울 시내버스 업체들의 감사보고서는 높은 배당성향과 여러 업체에서 중복 확인되는 주주 이름들이 특징이다.
 
 시민의 발인 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준공영제를 도입했더니 버스업체들이 연평균 25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나눠 먹게 됐고 이를 감시할 체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와 각 업체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이 이뤄진 25개 버스업체 중 상당수는 서로 얽히고설킨 상호출자로 엮여 있어 배당금이 소수 주주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B사 지분 36.1%, C사 지분 50.0%를 보유한 두 회사의 1대 주주 D씨는 E사에서는 지분 16.78%를 보유한 2대 주주였다.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 간 상호출자도 빈번했다. F사의 지분은 B사가 58.72%, C사가 15.98%, E사가 25.30%씩 나눠 가졌다.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가 여러 회사에서 배당금을 타내는 구조인 셈이다.
 
 복잡다단한 보유 관계는 회사 내부에도 존재했다. 서울시의회 성중기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시내 65개 버스 회사 중 친인척이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는 42곳에 달했다.
 
 높은 배당성향, 복잡한 상호출자, 친인척 지분 보유가 그 자체로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이익의 재원이 준공영제에 따른 시 지원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업체에 지급한 재정지원금은 2016년 2천771억원, 2017년 2천932억원, 2018년 5천402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2004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시가 지원한 금액은 3조7천155억원, 한 해 평균 2천477억원에 달한다.
 
 준공영제 도입 취지가 버스 운행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대신 오지나 수익성 낮은 노선 운영에 따른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지원금이 그 뜻에 걸맞게 사용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적으로 흠잡을 데는 없지만, 순수한 개인 기업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합법과 불법을 떠나서 구조적 문제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가 업체에 주는 지원금액의 근거가 되는 버스 표준운송원가 산정을 업체가 제출하는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큰 허점으로 꼽힌다.
 
 하루 버스 1대당 표준운송원가는 준공영제 도입 당시인 2004년 44만원 선에서 출발해 꾸준히 올라 10년 뒤인 2014년 70만원을 넘었다.
 
 서울연구원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표준운송원가가 2004년부터 매년 물가상승률 3%만큼만 상승했다면 2014년 59만3천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최근 버스 승객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의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6년 428만명, 2017년 420만명, 2018년 407만명으로 줄었다.
 
 사람들이 통행할 때 하루 중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분포 비율을 뜻하는 교통수단분담률에서도 버스는 2013∼2017년 27.1%, 27.0%, 26.5%, 26.1%, 25.1%로 꾸준히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승객 수는 줄고 있지만 투입되는 세금은 오히려 급격히 늘고 있는 셈이다. 운송원가를 꼼꼼히 따져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상욱 위원은 "지금은 업체가 영수증을 내면 그대로 인정해주는 '실적원가제'인데, 이는 회계감사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며 "노선 일부라도 공공화해서 시가 직접 운영해보고 원가를 따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서 업체에 적정 비용을 제시해주는 '목표원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 위원은 "현행 준공영제는 잘난 회사와 못난 회사를 모두 하향 평준화시키는 데다가 업체의 '땅 짚고 헤엄치기'를 유발한다"며 "업체가 재정지원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이원목 교통기획관은 "버스업체들이 민간 회사이다 보니 시로부터 받은 돈을 가지고 그 안에서 기본적 역할을 다하는지는 일일이 들여다보기가 어렵다"면서 "그간 제기된 문제들은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ees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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