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10] 도돌이표가 된 청암대, 그리고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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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10] 도돌이표가 된 청암대, 그리고 교육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9.06.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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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예전의 관행화된 ‘학교의 사유물’ 은 그가 만기 출소한 다음날 재현됐다. 청암대가 강 전 총장의 출소로 도돌이표가 된 셈이다.  
 
‘학생들의 교비 납부 등도 고려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학교를 개인 소유물처럼 생각했고, 주변의 우려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임 범행을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교에 큰 손해를 끼쳤다’

지난 2017년 강명운 청암대 총장에게 배임죄를 물어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문 일부다. 재판부는 강 총장에 대해 ‘7년여에 걸쳐 배임 행위를 저지르며 14억 원 상당을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며 구속 했었다.

법원 판결문에서 주목할 점은 강 전 총장이 ‘학교를 개인 소유물처럼 생각했다’는 내용이다. 대학을 사적 소유물처럼 여겼던 강 전 총장이 지난 3월6일 만기 출소했다. 그의 만기출소와 동시에 청암대가 다시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강 전 총장이 교도소에서 얼마만큼 반성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애시 당초 부질없는 기대였다. 기대할 수 없는 기대였음을 확인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 없었다. 예전의 관행화된 ‘학교의 사유물’ 은 그가 만기 출소한 다음날 재현됐다. 청암대가 강 전 총장의 출소로 도돌이표가 된 셈이다.

그는 출소한 다음날, 현 서형원 총장을 불러내 사표를 강요했다. “면회를 자주 오지 않았다”거나 “출소 때 청암고 교직원들과는 달리 청암대 교직원들은 왜 적게 나왔느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사표를 강요한 자리에는 얼마 뒤 청암대 이사장에 취임, 서 총장을 직권 면직한 그의 아들 강모(37)이사도 함께 했다.

서 총장은 그가 구속되면서 구원투수로 발탁, 재정지원이 중단돼 파탄상태에 이른 대학을 정상화시킨 인물이다. 강 전 총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인증이 취소되는 등 대학의 위상은 바닥으로 실추되고, 대학구성원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지휘봉을 잡은 서 총장은 청암대가 정부의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고 인증원의 인증을 받는 등 정부지원금을 확보하는 한편 대학구성원의 화합과 안정에 힘써 대학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학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대한 근심과 분노로 지켜보던 지역사회의 우려도 불식시켜나갔다.

자신이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린 대학을 다시 정상화시킨데 대한 답례가 사퇴강요였다. 그가 바란 것은 학교의 정상화가 아니라 교도소 면회였다는 것의 자백이나 다름없다.

그는 출소와 동시에 대학공간에 자신의 사무실을 마련하라는 요구와 함께 암암리에 대학운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결국 서 총장은 그의 출소 하루 뒤 “강요에 의해 사표를 제출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사표의 효력이 없는 사표를 받을 자격이 없는 그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이사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 전총장의 아들 강모씨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서 총장을 직권으로 면직처분했다.

대학이 다시 극심한 파행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자간의 갑질로 인해 청암대가 다시 강 전 총장이 구속되기 이전의 혼란에 휩싸인 것이다.

부자간의 횡포에 청암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총장과 교직원들이 피땀 흘려 겨우 정상화를 되찾은 대학을 부자가 합세 다시 파탄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 총장의 의원면직 취소와 현 강 이사장 사임촉구 및 관선 이사 파견 등을 교육부에 진정할 방침이다.

청암학원 이사들도 3일 서 총장의 면직 처분 무효를 주장하고 강 전 총장의 이사회 불법개입 항의, 현 강병헌 이사장 퇴임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 항의에 나섰다.

교육부 또한 지난 2일 절차위반이라며 서 총장의 사표처리를 반려했다. 이렇듯 청암대가 강 전 총장의 출소로 다시금 괘도이탈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청암대의 파행으로 피해는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겨우 실마리를 찾아가는가 싶던 대학이 다시 파행을 겪게 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 시민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강 전 총장의 횡령으로 교육부의 수차례 감사가 실시돼 국비보조금 150억 원이 환수조치 되는 등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취업마저 영향을 받게 됐던 예전의 상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교육부는 지역사회와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문제가 곪아 터진 뒤에야 국비를 환수하는 등의 조치는 학생들의 피해를 볼모로 하는 무책임한 행정 일뿐이다.

학생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 사전 조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후 처방은 아무리 빨라도 늦다. 청암대가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재 역할을 새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사유물로 전락할 것인가는 교육부에 달린 문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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