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없이 강남집값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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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없이 강남집값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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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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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정부가 조만간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관리에 직접 강한 불만을 제기했지만,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제 "도입을 검토할 때"라며 상한제 적용을 기정 사실화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토지비,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용(개별 아파트에 따라 추가된 비용)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하는 것은 오로지 집값,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목표에 기인한다. 누구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명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 억제를 표방해온 이 정부가 여태 이 제도를 꺼내놓지 않은 것은 제도의 부작용도 분명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건지, 아니면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면 신중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민간택지에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낮추면 전체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본다. 새 아파트를 청약을 통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기존 아파트를 고가에 살 이유가 없고, 그렇게 수요가 줄면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부작용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기존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오래된 단지·지역의 집주인이나 건설사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재건축, 재개발을 포기하고, 이런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줄며, 인근의 신축아파트 등은 희소성이 높아져 수요가 몰리고, 이는 결국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어느 시나리오가 맞을까. 앞엣것대로 간다면 제도는 성공하겠지만, 뒤의 시나리오가 맞는다면 실패한다.


전자의 그림대로 가려면 '새 아파트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초기의 전제가 잘 작동해야 한다. 분양가를 낮춰주면 시행 초기 이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게, 아주 짧은 기간에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즉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일부 당첨자들이 저렴하게 분양된 아파트를 받아 좋아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싼 분양가에 맞춰 토지와 건물을 제공할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양가는 억지로 낮출 수 있지만 손해 보면서 재건축, 재개발도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집값이 안정될 테니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제도의 찬성이나 반대쪽 모두 내심 그걸 기대하거나 우려하는지도 모른다. 시행 초기에는 이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충격요법일 뿐이어서 그 효과가 오래 가기는 힘들다.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돼 장기적으로 권장할 바가 못 된다.


미·중무역 전쟁에 이어 일본의 강제징용배상 판결 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살얼음 걷듯 조심스럽게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전반적인 경기에는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만 잡는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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