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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평가 영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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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평가 영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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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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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가수 유승준씨(43)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행정법학계에서 판결의 전제인 '입국금지 조치의 행정처분성'을 오해한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입국금지 조치의 행정처분성은 정부가 유씨의 입국을 막은 것을 일종의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를 뜻한다. 행정처분으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유씨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정부의 조치가 적법했는지도 갈리기 때문에 판결의 주요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학계 일각의 지적이다.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중권(58)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씨는 입국금지된 다음 날 입국을 시도하다가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분명히 행정처분으로서 입국금지 결정이 존재하는데도,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발급 거부도 위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가 행정처분이라고 해석한 부분은 법무부장관이 2002년 2월 1일 유씨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한 뒤 다음 날 입국을 시도한 유씨의 입국을 막은 행위를 지칭한다. 이 행위가 행정처분으로 인정된다면 행정기관에서 함부로 취소·철회할 수 없는 사안이 된다.


따라서 이 경우,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점을 근거로 삼아 영사관이 유씨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할지를 두고 영사관이 재량권을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법무부가 내린 행정처분을 영사관도 따르는 게 맞다는 논리다. 반면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이 아니라면 영사관이 별도의 재량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법무부에서 입국을 막았으니 비자도 못 내준다'고 결정한 것은 행정절차를 어긴 것이 된다. 이는 1·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핵심 쟁점이다. 1·2심은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그러므로 비자발급 거부도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비자발급이 위법하다고 결론 지었다. 이를 두고 학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번 판결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군대 가겠다는 발언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미국 국적을 선택해 국민을 우롱한 연예인에게 왜 이런 판결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은 죄에 비해 오랜 기간 권리가 제한됐으므로 이제 풀어주는 것이 맞는다며 '용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다수결로 결정해야 할 문제는 아니므로 어느 쪽이 많은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이 문제는 이제 법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평가의 영역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유씨가 승리했지만 국민들이 유씨를 따뜻하게 맞아줄지는 다른 문제다. 유씨도 자신의 말처럼 '대중의 비난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 반성하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 유씨가 입국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연예 활동을 통해 국내에서 돈을 벌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판결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은 유씨 활동에 호응하지 않음으로써 유씨가 과오를 뉘우치게 하면 된다. 덧붙이자면 혹시라도 이번 판결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젊은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병역 의무는 신성하며, 나라를 지킨다는 긍지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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