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표현의 자유를 짓밟다
상태바
표현의 자유를 짓밟다
  • .
  • 승인 2019.08.08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매일신문 .>

정치 개입과 극우 세력의 협박으로 일본 대형 예술제인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트리엔날레 참가 작가들이 6일 정치 개입에 항의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리엔날레 참가 작가 72명은 성명에서 "일부 정치가에 의한 전시, 상영, 공연에 대한 폭력적 개입과 (전시장) 폐쇄로 몰아세우는 협박과 공갈에 우리들은 강하게 반대해 항의한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공의 장이어야 할 전시장의 전시가 폐쇄된 것은 작품을 볼 기회를 빼앗아 활발한 논의를 막는 것"이라며 "작품을 보는 다양한 감상 방식이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들은 참가하는 전시회에 대한 정치 개입과 협박이 행해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석유를 사용해 테러하겠다고 예고하는 등의 협박에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조건"이라며 "그(안전 확보) 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회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60만명 안팎이 관람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의 전시물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같은 모습을 한 평화의 소녀상을 지난 1일부터 나고야 시내의 아이치현 미술관에서 전시했다. 일본의 공공 미술관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이 처음이었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보조금 삭감 검토를 시사하고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 시장 등 극우 정치인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3일 전시가 중단됐다. 또 우익들이 공격을 예고하며 위협하자 트리엔날레 전체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안전을 명분으로 돌연 전시를 중단했다. 기획전의 실행위원들은 "전시 중단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오무라 지사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공개 질의서에서 전시 중단을 판단한 경위를 물으면서 아이치현 측이 전시 중단의 이유로 든 항의 전화 등에 대해 형사 고발 등의 구체적인 대응을 했는지 추궁했다. 오카모토 유카 실행위원은 이날 공개 질의서 전달 후 나고야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시 중단이 합의 없이 행해졌다"고 비판했다.


언론도 날 선 비판의 글을 쏟아냈다. 아사히신문은 6일 자 사설에서 "사람들이 의견을 부딪치면서 사회를 보다 좋게 만들게 하는 행위를 근저에서 떠받치는 '표현의 자유'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언론이나 표현을 테러나 다름없는 폭력으로 배제하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 역시 "'표현의 부자유'를 상징하는 무서운 사태"라고 규정했다. 일본 문화예술계와 언론이 지적한 대로 소녀상 전시 중단은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다. 또한 자국 헌법은 물론이고 각종 국제협약이나 권고에 배치되는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이다. 전 세계 예술인과 여성주의 운동가들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소녀상 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집권 세력이 압력을 행사해 전격적으로 시행된 전시 중단이 예술가와 예술제 기획자의 자율성과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베 정부는 국내외의 이러한 비판에 귀 기울이어야 한다.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는커녕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을 통해 자기 세력을 결집하려는 시도는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자국 내에서조차 용납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