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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실무협상 돌파구 찾아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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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실무협상 돌파구 찾아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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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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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북미대화 재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북한은 애초 유엔 측에 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장관급 인사를 통보했다가 최근 대사급으로 급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 후 약 석 달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고위급 회담은 무산될 전망이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1일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담화 발표 등 장외전만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급에서든 접촉이 있어야 협상에 진전이 있을 텐데 (고위급 회담 불발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오판할 여지만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과 조우할 수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도 불참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은 미국과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북한은 6·30 판문점 북미 회동 이후 7월 안에는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점차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은 여러 계기를 통해 북한을 향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0∼23일 방한했을 때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북한은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미협상 실무 총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북한의 불량행동'을 거론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비판하면서 "미국은 인내심을 더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제1부상은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는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조미(북미) 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자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부르며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미국 역시 북한의 강도 높은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에 변함이 없어 보인다. 미 재무부는 북한과 정제유 제품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홍콩 해운사 3곳에 대해 제재를 최근 단행했다. 미국은 기존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 생각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양측이 벌이는 기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지 반년이 흘렀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북한이 '대미협상의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는 앞으로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실무협상이 계속 미뤄지거나 개최되더라도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북·미 대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내년에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북미 관계가 어디로 튈지 예상키 어려워지는 난국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실무협상이 이른 시일 내에 열려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하고, 여기에서 남북미가 만족할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다. 대화의 바탕은 상호신뢰다. 개인이나 국가나 상대방을 믿지 못하면 대화를 지속해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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