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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꼼꼼히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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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꼼꼼히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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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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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생활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수명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약 13년이나 짧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대수명은 출생 직후부터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말한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강영호 교수팀은 2004∼2017년 건강보험 가입자(누계 6억9000만명)와 의료급여 수급자(누계 2200만명)의 기대수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BMC Public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 기대수명은 의료급여 수급자나 건강보험 가입자 모두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2004년 기대수명이 63.4세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70.9세로 늘었다. 건강보험 가입자도 같은 기간 78.8세에서 83.7세로 증가했다. 다만, 기대수명의 증가 폭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7.5세로 건강보험 가입자(9.9세)에 미치지 못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의 기대수명에 12.8세 차이가 났다. 연구 시작 시점인 2004년의 15.4세보다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두 그룹 간 기대수명 차이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대수명의 이런 차이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특히 남성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수명은 2004년 56.2세에서 2017년 64.9세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 증진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의료 서비스 이용 제한이나 품질 저하 등 외적 요인이 기대수명 차이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연간 150만명의 저소득층이 의료급여를 지원받고 있다. 2019년 의료급여 예산은 6조3915억원에 달한다.


이 조사는 표본 수가 건보 가입자의 경우 누계 6억9000만명, 의료급여 수급자는 2200만명이나 돼 사실상 전수조사에 가깝다. 특정 시기나 대상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게 국가에서 제공하는 의료지원 체계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50만명이 대상이다. 건보 가입자가 병·의원을 찾을 때 보험대상 항목에서 혜택을 받는 것처럼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기본 항목에서 도움을 받는다. 국가가 의료분야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는데도 저소득층이 이처럼 건강에 위협을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먹고 살기 힘들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는 데다 무상진료라고 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병원을 가지 못하거나, 돈이 드는 치료항목은 선택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이들이 정기검진을 잘하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음을 알 수 있다.


가난이 개인을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내모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본다. 최근에도 50대 남성이 80대 노모와 지체장애인 형을 살해하고 달아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있었다. 유력 용의자는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간병과 생활고로 인한 비극적 범행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가난 때문에 빚어진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가난이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는 격동의 대한민국을 살아온 국민이라면 대부분 경험했거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선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가 이를 포기하면 안 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복지지원 체계가 효율적이고 실질적인지 잘 살피고, 사각지대는 없는지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엉뚱한 데로 새는 것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하며 부족한 지원을 확충하는 것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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