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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남북관계 물꼬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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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남북관계 물꼬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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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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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지난해 9월 19일,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시민 15만명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는 남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연설한 첫 장면으로 기록됐다. 그 강렬한 상징성은 남북관계가 분단체제를 딛고 평화 공존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키웠다.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대가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평양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실질적 전쟁위험 해소에서부터 구체적 경제협력 구상, 인도주의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킬 다양한 조치를 담았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9월 평양선언의 여러 합의사항도 '첫발'만 뗐을 뿐 이행을 위한 본궤도에는 오르지 못했다.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막을 내린 뒤 한반도의 대화 흐름을 이끌고 갈 동력이 사라지면서 남북관계도 멈춰 섰다.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고위급 회담을 열고 철도·도로 협력, 산림협력, 보건의료 협력, 2020년 도쿄올림픽 공동 참가 등 체육협력,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평양선언 이행을 위한 분야별 일정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몇몇 분과회담과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개최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남북 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평양선언 합의사항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은 개최조차 못 한 상황이다. 남북의 정식 회담은 지난해 12월 14일 체육분과회담을 마지막으로 9개월간 끊겼다. 평양 정상회담의 가장 구체적 성과로 꼽혔던 9·19 군사합의는 다른 분야 합의보다 비교적 순조롭게 이행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시 남북은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일부 시범 철수 등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 군인들이 나란히 GP 파괴 현장을 검증하는 등 변화를 실감케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남북 대화와 협력은 안중에도 없는 듯 미국과 직접 협상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남한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트집 잡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는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통미봉남'으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북한은 남한과 담을 쌓는 한편으로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남측을 위협할 재래식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10차례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 발사를 했다. 냉랭해진 북미 관계에 이달 들어 온기가 도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미 정상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한 이후 2개월을 훌쩍 넘겨서야 북측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북한이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상태에서 늦어도 다음 달에는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대화 국면에서 문 대통령도 '촉진자' 역할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북미가 엉킨 비핵화 협상의 실타래를 푸는 것과 맞물려 막혔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이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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