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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악몽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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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악몽을 떠올리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19.10.0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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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경기 북부와 경기 서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양돈업계 종사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축산업계에 가축질병 이슈만 터지면 여기저기서 현대 축산업을 병폐로 지적하며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얼치기 전문가와 동물권 운동가들이 대안 세력으로 힘을 키우곤 하는데 이번 사태에 발맞춰 또 다시 이들의 발언과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했을 때도, 구제역 발병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밀집사육이 문제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며 축산업계를 압박했기 때문에 뻔한 레퍼토리가 나올 걸로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요 언론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하지만 구제역, AI, 이번에 아프리카 돼지열병 모두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전염성 질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은 모르는 돼지와 닭에서 유행하는 전염성 질병 대부분이 해외 유입 질병들인데 이는 동물권 운동가들이 혐오하는 현대축산농장의 사육 방법이 아닌 교통과 물류산업의 발전이 촉진시킨 세계화의 영향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대한민국의 가을빛이 어둡다. 보름 전 파주에서 시작된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북부와 인천 지역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번지면서 경기도와 인천을 강타하고 있다. 파주와 연천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주말까지 계속되면서 정부와 축산농가가 바짝긴장하고 있다. 한강 방어선이 뚫리고, 의심 신고가 계속되면서 정부엔 초비상이 걸렸다. 주말에는 양돈메카인 충남 홍성에서 돼지열병 의심신고가 들어온 상태다.

충남은 국내 사육 중인 돼지 1100만여마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30만여마리가 사육 중인 명실공히 국내 최대 양돈산업 밀집 지역이다. ‘축산 1번지’ 충남이 뚫린다면 국내 양돈 산업과 돼지고기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감염률이 높다.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에 육박한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말 첫 발병 후 전역으로 확산됐고 평안북도의 돼지는 전멸한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발병 이후 100만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초기 차단에 실패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발생 지역 인근이 중점 관리 대상이라고 하지만, 수도권 이남 등 다른 지역도 방심해서는 안된다.이미 1, 2차 발생농장과 직간접적으로 차량이 오간 기록이 있는 농장과 시설이 경기 강원 충남북 인천 전남 경북 등의 500여곳이라고 하니 전국에 안전지대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육두수 240만 마리로 전국 최대 돼지 생산지인 충남지역까지 뚫렸다는 보도는 농가 피해를 넘어 이제 돼지고기 가격급등 등 대혼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전국적인 대혼란이 불가피한 상황 속 더 큰 문제는 발생 원인과 백신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아직 정부는 바이러스 유입경로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ASF는 돼지에게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ASF 발생국을 다녀온 경우, 야생 멧돼지 등이 바이러스를 옮길 때 전염된다.

하지만 확진판정을 받은 파주·연천·김포의 농가들은 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ASF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발병 원인과 경로를 알지 못하니 효과적인 방역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ASF가 임진강변 등 접경지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북한에서 유입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것도 정확한 답은 아니다.
 
또 입증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한번 걸리면 100% 폐사해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ASF의 잠복기는 4-19일이다. 최초 확진 일을 기점으로 할 때 빠른 경우 일주일이 지나 잠복기를 거쳐 발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야외 행사 등을 전면 취소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우리는 과거 구제역 발병이 한국 사회에 끼친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구제역에 감염된 수많은 돼지와 소를 차가운 땅에 묻어야 했고, 축산농가와 소비자는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구제역에 대한 우려로 소돼지 육류 소비가 감소하자 도산하는 축산농가가 줄을 이었다.

구제역이 해소된 뒤에는 소·돼지 고기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인 ‘삼겹살’이 ‘금겹살’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예상도 나온다.이제 가장 시급한 것은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 것이다. 농가는 백신 접종, 차량과 외부인 출입 통제 등 방역당국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고, 일반 국민도 소독활동 등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전국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초동 대응의 허점을 보완하고, 방역망을 촘촘하게 재구축해야 할 것이다. 역학 관계가 확인된 농장이나 시설부터 서둘러야겠지만 전국의 다른 양돈 농장에 대해서도 소독과 예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려면 살처분 농가에 대한 보상금 및 생계안정자금 지급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방역 당국은 유입경로 파악이야말로 ASF 퇴치작전의 승부처임을 명심하고 총력을 기울여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지난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5개월간 전국을 휩쓸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전체 사육두수의 33%인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피해 규모는 3조원에 달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약 40% 급등했고, 관련 가공품 가격이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양돈농가는 물론 밤낮 없이 매몰과 방역 작업을 하던 공무원과 군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후로도 구제역과 AI는 때 되면 찾아와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아시아 7개국에서 6000건 이상 발생한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며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하지만 일주일 만인 지난달 17일 ASF가 중국, 북한에 이어 우리나라를 덮쳤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이 뚫렸고, 26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일곱 번째 확진 판정이 났다.
 
‘돼지흑사병’으로도 불리는 ASF는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출혈성·열성 전염병으로 100년 전 아프리카 야생 멧돼지에서 발견된 풍토병이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며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경에 대한 저항성도 강해 냉동상태에서도 1000일까지 생존한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아 그 위험성은 측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살처분만이 유일한 대처방안이다. 재 수준이었던 구제역 악몽을 떠올리며 지자체와 양돈농가 모두 확산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발병 원인조차 모른 채 방역망은 순식간에 뚫렸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그저 더 확산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4월 ASF 국내 유입 우려가 커지자 뒤늦게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검역과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키로 했다.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 보단 가축전염병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악몽은 구제역이나 AI만으로 족하다.지금은 상황이 달라 대한민국과 같이 좁은 나라에서는 전국을 누비는 가축수송차량, 사료수송차량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미국이나 호주의 생우가 국내로 수입이 되고, 미국과 유럽의 종돈, 종계, 종오리가 국내로 수입이 될 정도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뿐만 아니라 가축의 이동 또한 빈번한 세상을 살고 있다.지금은 이 리스크를 어찌 극복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이지 한가하게 인과 관계도 불투명한 공장식 축산 운운하며 축산업계를 공격할 타이밍이 아니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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