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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 개선 민간기업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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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 개선 민간기업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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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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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비정규직 근로자가 올해 8월 기준 750만명에 육박해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인 36%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는 비정규직 증가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력에도 비정규직 문제는 완화되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한 비중은 36.4%로 2007년 3월(36.6%) 이후 가장 높고, 증가 폭은 86만7천명이었다. 정부는 이번 조사 때부터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존보다 조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과거에 포착되지 않았던 35만~50만 명이 추가로 포함됐다고 급증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최소 36만7천 명의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1년 사이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은 정책적 요인이 커 보인다. 재정 투입으로 노인과 청년, 여성의 한시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 고용률은 높아졌으나 이들이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면서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정규직 비중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통계의 착시를 고려하면 기존보다 비정규직 문제가 악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정부의 얘기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곤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한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24.4%로 작년 8월의 21.2%에 비해 상승했고,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규직 노동자가 1년 전보다 35만여 명 감소했다는 점도 고용의 질이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임금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이 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정부가 각별한 노력으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고, 임금에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약 20만5천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지난 6월 기준으로 약 89%인 18만2천여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 결정이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기 하강 사이클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을 시행한 것이 노동시장을 경직시킨 것은 아닌지도 새겨봐야 한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 결과는 재정 동원 등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민간기업이 나서야 고용의 질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은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라고 채근할 때마다 한쪽으론 채용을 늘리는 척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인력을 줄이거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있다. 여유 있는 대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의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수출 감소, 한일 무역 갈등,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중국 경제의 감속 등 안팎의 악재는 기업의 고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을 예고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민간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 의욕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에 집중돼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혁신 성장이 궤도에 오르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 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 25일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는 말로 획일적 주 52시간제를 비판하고 네거티브 규제(우선 허용, 사후 규제)를 실천하는 중국이 부럽다고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신산업의 법적 토대가 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현실도 비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각종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인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정치도 계속 끝없는 대립의 연속"이라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고 개탄했다. 물론 기업들이 원하는 모든 규제를 풀어줄 수는 없겠지만 업계의 비명을 외면하기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혹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귀를 활짝 열어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애로를 해소해 투자와 고용 촉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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