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논란과 국민분열
상태바
공수처 논란과 국민분열
  • 최재혁기자
  • 승인 2019.10.31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정권의 보위부’가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조국 사태’로 나라가 둘로 갈리더니, 공수처 설치 때문에 국민이 또 둘로 나뉘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적폐 청산’, ‘탈원전’으로 국민을 둘로 나누더니, 곧 이어서 대북관계, 한일 갈등으로 국민을 둘로 쪼갰고, 이제는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문제로 국민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있다.

사회통합을 외치며 정당 명칭까지 ‘더불어’ 민주당으로 지었음에도 실은 자신들의 진영의 통합만 생각했지 진영 밖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보인다. 정치적 상대방을 적(enemy)이 아니라 경쟁자(rival)로 생각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민주 정치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386세대’(현재는 586세대)에게는 경쟁자조차 ‘독재 타도’식 ‘전멸시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이 여야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수처 설치는 20여년 전인 1998년 처음 추진됐다. 1997년 금융위기, 한보 사태 등으로 정경유착이 ‘사회악’으로 지탄받을 때였다. 당시 여당(새정치국민회의)은 공수처를 ‘부패방지법’의 일부로 여겼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바뀐 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다. 이때의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었지만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가 됐다.

당시 야당(한나라당) 의원 30명은 “행정·입법에 이어 사법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결사 반대하고,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도 반발하는 등 갈등 끝에 무산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스폰서검사 논란, 100억원대 수임료 수수사건, 넥슨과의 유착 의혹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검찰개혁론’에 힘이 실렸다. “검찰의 권한이 과도해 생기는 구조적 부패”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공수처가 검찰개혁에 최선이냐”는 질문엔 여야간 이견이 크다.

‘조국 낙마’ 이후 집권세력은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최근 친여세력 집회의 손팻말도 ‘설치하라 공수처’와 함께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한 ‘내란음모 계엄령 특검’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제 우리는 ‘검찰 개혁’이라는 흐드러진 구호와 함께 여권(與圈)이 조국 블랙홀을 넘어 외치고 있는 ‘공수처’에 대해서 깊이 따져보아야 할 때다. 패스트트랙 급행열차에 올라가 있는 민주당의 법안은 어쨌든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뽑도록 하고 있다.

추천위원 7명 중 최소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등 꼼수 장치를 붙이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더욱이 공수처 검사의 절반 이상을 비(非)검사 출신으로 충원한다는 조항에 엄청난 마수(魔手)가 숨어 있다.현재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을 두고 여야 간 죽기 살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조차 국회법에 따라 12월3일이 되어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했는데도 말이다.공수처법이 무엇이기에 집권여당은 이토록 사생결단일까. 공수처법은 간단하게 비유해서 말하자면 1933년 나치 히틀러가 만든 단 5개 조항의 ‘수권법’과 흐름을 같이한다.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3권분립을 부정하며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첫째, 3권분립의 대원칙을 부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의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초헌법적 기관이다. 국회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는 한다. 하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친위대적 비밀경찰의 성격을 갖는다.둘째,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정 수사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지금까지 검찰이 죽은 권력에는 가혹했고 살아있는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은 바로 살아 있는 거대권력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또 3년 가까이 유명무실하게 방치해둔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면 되는 일이다.셋째, 공수처 법안을 보면 처장과 차장은 임기 3년이다. 그런데 검사(23명)는 3년 임기에 3연임, 즉 9년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법에 따라 그 검사 전부를 진보·좌파 성향의 민변 출신 변호사로 임명해도 그만이다. 또 실제 암행어사 역할을 하게 될 수사관(30명) 자격도 5년 이상 경력 변호사이니 이들 또한 민변 변호사들이 장악할 것은 불문가지다.
 
여기에 ‘적폐 청산’ 토끼몰이처럼 민변, 좌파 시민운동가들을 동원해 ‘민변 검찰청’ 혹은 ‘대통령 호위무사단’으로 만들자고 들면 식은 죽 먹기다. 더욱이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검찰 개혁’의 본질로 부르대던 사람들이 공수처에는 다 주자고 하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수상하다는 것이다. 잘라 말하면, 독립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한. 무엇보다도 판사 3천 명, 검사 2천 명과 경찰 간부에 대한 기소권을 보장하는 ‘공수처’ 법안은 결코 허투루 다룰 일이 아니다.

나라 말아먹는 공직자들의 부패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데 싫어할 국민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 장치를 만들어 놓고, 수사권·기소권을 조정하면 된다.

모사꾼들의 철저한 기획 아래 지지자들을 길거리에 내세워 몰아붙이는 ‘공수처’는 중국 역사의 오욕으로 기록된 ‘홍위병’ 소동을 떠오르게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공수처’ 법안은 결국 공수처장은 대통령의 정치성향에 따라 맞춰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권력남용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권력기관(검찰)의 권한과 힘을 축소하고, 제한하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에서 문(門)의 신(神)이다. 문에는 앞뒤가 있다는 점 혹은 앞뒤가 없다는 점에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으며, 1월을 뜻하는 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Januarius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야누스의 두 얼굴은 지나간 해와 새해를 맞이하는 각 얼굴을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뜻보다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인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많이 쓰고 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야누스는 그래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이 정권의 검찰개혁과 공수처는 ‘검찰장악’과 ‘파시즘’이란 한 방향만 쳐다보는 야누스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