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변석개 (朝變夕改)같은 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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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변석개 (朝變夕改)같은 공교육
  • 윤택훈기자
  • 승인 2019.11.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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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교육만 보면 한국 사회가 20~30년 전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학부모들과 교육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최근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분노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달래기 위해 현행 입시제도가 뭔가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에 반영하려고 1996년 도입된 수시를 오랜 세월에 걸쳐 전체의 70%까지 늘려왔는데, 취지와 달리 악용된다는 이유로 다시 획일적 성적순의 정시를 늘리기로 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92년 1998년 2001년 각각 도입된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를 2025년부터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키로 했다.

이 학교들은 박정희정부의 고교 평준화 이후 획일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막고, 수월성 교육의 부재를 해소하고,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자율권을 넓히려고 진보와 보수 정권을 거치며 확대됐다. 세 형태의 학교가 사라지면 30년 전의 완전 평준화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전면 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정시 확대 논리와 같았다.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성적순과 평준화로 회귀할 만큼 30년 전의 한국 교육이 그렇게 훌륭했더란 말인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정시 확대와 외고·국제고·자사고 전면 폐지는 조국 사태의 부산물이다. 자녀를 외고에 보내 수시를 악용한 모습에서 공정의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정책을 급선회했다. 조국 사태 이전의 방침은 수시 위주 입시를 지키는 것이었고 특목고의 선별적 단계적 전환이었는데, 두어 달 만에 기조가 송두리째 바꿨다. 정책의 조변석개(朝變夕改) 탓에 학생들은 물론 교육계도 혼돈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결정은 그런 학생들에게 한국 교육제도가 자주 바뀔 뿐 아니라 순식간에도 바뀐다는 새로운 선례를 보여줬다. “여론조사에서 외고·자사고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왔다”며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한 교육부 당국자의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여론에 편승해 추진할 일인가. 2, 3년 뒤 찬성 여론이 50%를 밑돌면 이를 철회하려 하나. 교육계는 벌써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고 전환 시점인 2025년이면 정권이 바뀌는 데다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 문제여서 다음 정부가 얼마든지 또 뒤집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뒤를 예측하기 힘든 한국 교육 현장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던져 놓은 셈이 됐다.

이처럼 한때 호응을 얻었던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곧 다가오고 있다. 교육계는 정부 방침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온 사교육 시장과 대학 서열화에도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는 지난 1974년 고교 평준화제도 보완 목적으로 탄생했다. 교육과정 등을 자율에 맡겨 하향평준화를 막자는게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중학교부터 사교육에 매달려야 할 부작용을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통계청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특목고의 경우 월 50만원, 연간 6백만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고교때부터 부모의 부가 되물림 된다”는 비판이 커졌다.
 
실제 조사도 서열화로 나타났다. 고교 때부터 계층화된 부모의 재정 능력은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 특수목적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학생부종합전형 (학종)’ 입시를 왜곡 시켜왔다. 전국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외고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해도 사교육 시장을 방치하는 한 교육 대물림은 계속될 것으로 염려한다. 자사고나 외고·국제고의 이름을 그대로 둔 채 일반고로 전환한들 고액 사교육 시장은 여전하리라는 이야기다. 벌써부터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현재도 입시철만 되면 수백만원짜리 대입 컨설팅과 자소서 대필이 버젓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만으로 공교육 정상화까지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교육계, 학부모 등이 모여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같은 대학 서열구조를 그냥 두고 고교 서열화 해소만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교 서열화 구조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대학이 서열화 돼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공립대학 공동학위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어떤 교육 대책도 헛수고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대책이 실패한건 대학 서열화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대학은 그대로 두고 고교 탓으로만 돌리는 일을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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