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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공명지조와 폭주하는 범여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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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공명지조와 폭주하는 범여권 ‘4+1’
  • 최재혁기자
  • 승인 2019.12.2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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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교수신문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올해에는 작년 보다 조금 더 희망적인 사자성어가 선정되길 바랐던 국민의 마음이 허탈하다.

정치권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넘어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해 분열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빚댄 ‘공명지조’가 선정됐다.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선정된 것이다.공명지조는 불교 경전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 공명조(共命鳥)의 어리석음에서 유래됐다.

한 머리가 좋은 열매를 독차지해 먹어버리자 화가 난 다른 머리가 복수를 위해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몸에 독이 퍼져 두 머리 모두 죽게 됐다. 우리나라 현실이 상대를 죽게 하면 자신도 같이 죽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공명조와 같다.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이 지난 10일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512조 3000억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후 예산안을 여권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처음이다.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는 내용과 절차에서 중대한 하자를 남겼다.

무엇보다 예산안을 ‘4+1 협의체’(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당+대안신당)라는 법적 구속력 없는 의원 모임을 통해 확정한 것은 국회법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4+1협의체가 예산 심사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 정부 원안에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렸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무도한 행태다. 더구나, 예산부수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세입예산이 먼저 확정돼야 세출예산이 정해지는 것인데 이를 뒤집은 것은 아이를 낳기 전에 출생 신고를 한 것과 같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헌정 사상 있을 수 없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의회주의가 파괴되었고, 법치가 무너졌다”면서 “국민 세금은 도둑질당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예산안 강행처리는 4+1의 위력을 여지없이 과시하면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 법을 처리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1일 “더러운 정치 야합과 싸우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무기한 농성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나를 밟고 가라!’는 붉은색 글씨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이제 임박했다”며 “이곳 로텐더홀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강경 투쟁 방침을 확고히 했다.

황 대표는 12일에 “향후 1∼2주는 국가와 민주주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규명과 더불어 의회민주주의 수호 운동을 강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이 사라졌다.

아니, 멀쩡히 살아남아서 삭발·단식·장외집회 등 한국 정치문화의 오만가지 극한투쟁 박람회를 열고 있지만, 여당과 그 위성 세력들에 의해 치욕스러운 ‘좀비’ 취급을 받고 있다. 참다운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목불인견(目不忍見) 협잡들이 판을 친다.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권력 유지와 확대에만 혈안이 된 정치꾼들의 악취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 나라 정치에는 ‘교섭단체’라는 제도가 있다. 20석 이상의 국회의원 의석을 확보한 정당을 ‘교섭단체’로 인정하여 각 정당 지휘부들이 모여서 국민 여론을 반영해 국정을 논하고 타협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제 여당과 뜻이 맞는 정치 패거리들끼리 따로 모여서 주요 결정을 내리는 형태로 변질하고 있다.

이른바 ‘4+1 협의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모임이 대한민국 국회의 상원(上院) 노릇을 하는 꼴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허물이 크다. 박근혜 정권의 비극적 종말 이후 한국당은 스스로 ‘좀비’ 정당으로 전락해간 측면이 있다. 국민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반성’도 ‘책임’도 실천하지 못했다.

오늘날 한국당의 가없는 추락은 딱 죽어야 할 때 ‘못 죽은 죄’, 아니 ‘안 죽은 죄’의 업보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흙 속에서 다시 살아나려면 썩어서 흙과 동화될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들은 도무지 낯두꺼운 권력의 화신처럼 굴었다. ‘4+1 협의체’는 제1야당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내년도 예산안을 후다닥 처리하면서 실력을 넉넉히 과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패스트트랙의 선거법과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만 처리하면 되는 상황이다.

딱한 허수아비 제1야당은 국회 본회의장 정문 앞이나 광화문에 나가 소리나 질러댈 따름이다.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부르대지만 민심은 구경꾼 자리에서 움쩍도 하지 않는 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석패율제도 등 복잡한 방정식을 놓고 ‘4+1 협의체’에 참여한 군소정치 패거리들은 각자 유불리를 따져 권력 나눠먹기 몽니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그들의 언행 이면에 진정한 ‘애국’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의석 몇 자리 더 훔쳐내자고 선거제도와 공수처법을 바꿔먹는 짓은 역사에 대죄(大罪)를 짓는 일이다. 현재의 공수처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무력화되고 옥상옥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의 미친개가 되어 좌파독재 시대를 열어젖힐 공산이 크다.

지난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실린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떠오른다.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공자께서는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무리를 지어 사익을 취하는 소인배 짓거리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군자는 두루 친하되 결탁하지 않지만(君子周而不比), 소인은 결탁하되 두루 친하지 않는다(小人比而不周).’ ‘4+1’…. 저 협잡 정치의 끝판왕을 막아낼 묘책은 정녕 없는가.

이런 와중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안 보이지만, 총선 앞두고 자연발생적으로 마크롱 같은 청년 세력이 제3정당을 띄워 판을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그 핵심은 민주당도 싫고 한국당도 싫은 30~40대가 중심이 되는 ‘제3지대 중도 신당론’이다.

한국갤럽(12월 10~12일)은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응답이 나온 이들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이낙연 국무총리 50%, 심상정 정의당 대표 39%, 박원순 서울시장 32%, 이재명 경기도지사 29%,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변혁, ‘새로운보수당’ 리더) 2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18%,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17%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호감도를 살펴보면 이해찬 총리는 33%, 심상정 대표 45%, 박원순 시장 53%, 이재명 지사 55%, 유승민 의원 59%, 황교안 대표 67%, 안철수 전 의원 69% 등이었다. 호감지수(호감/비호감)가 1 이상 높은 사람은 이낙연 총리가 유일하다. 호감도가 비호보다 1.52배 많았다. 호감지수가 가장 낮은 사람은 안철수(.25) 전 의원과 황교안 대표(.29)였다.

중도층에서조차 안철수 전 의원의 비호감도 호감도보다 약 3배 정도 많았다. 갤럽 조사 결과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구상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20대 국회가 막바지까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은 정말로 유감이다. 그러면서도 내년 총선에서는 서로 표를 얻겠다면서 앞다퉈 개혁 공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행태가 바뀌지 않는데 ‘물갈이 공천’을 한다고 우리 정치가 혁신될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인적 쇄신을 통한 혁신을 포기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퇴보하는 정치가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놓고 마주 달리는 폭주 기관차, 남은 것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리느냐 뿐이다. 정치 수준은 곧바로 국민 수준이라고 했는데….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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