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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4] 장인정신, 세월을 엮어 근심 쓸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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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4] 장인정신, 세월을 엮어 근심 쓸어내다
  •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 승인 2020.01.07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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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유지 받들어 45년간 명맥 잇기 혼신
길고 긴 제작과정에 ‘끈기·인내심’ 요구
2017년 市 제1호 빗자루 최고의 장인 선정
학생·관광객 갈대빗자루 제작체험 등 진행

 

[전국은 지금 - 인물열전 4]
갈대 빗자루 최고의 장인 1호 김진두 명장

-순천만 습지가 품고 있는 마을, 전남 순천시 도사동 대대 마을에서 태어나 60평생을 갈대 빗자루를 만들며 옛 전통의 맥을 고수하고 있는 장인 김진두 씨(65), 순천시가 지난 2017년 ‘갈대 빗자루 최고의 장인 1호’로 선정한 김진두 명장을 찾았다.-
 
●세월 속에 사라져가는 순천만 갈대 빗자루

김진두 장인이 태어나 평생을 갈대밭과 함께한 이곳, 순천만 갈대밭은 순천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돼 순천만습지에 이르기까지 10리길 5.4㎢에 이른다.

벼과의 다년생인 갈대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汽水)에서 가장 왕성한 번식력을 보인다. 원래 풀 이름인 ‘갈’과 풀의 줄기를 뜻하는 ‘대’가 합쳐져 만든 이름으로 옛날에는 초가지붕 재료, 갈대발, 김발, 갈대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돼 왔다.

순천만 갈대군락은 누군가가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동그란 원형군락을 이루며 형성,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사랑을 받고 있다.
 

●순천만 갈대의 변신, 갈대 빗자루

순천만 습지 인근마을 (대대·안풍) 주민들은 갈대꽃이 피어 쉐기 전인 7월 백중을 전후해 피기 시작한 ‘오사리’라 불리는 부드럽고 찰진 갈대꽃을 뽑아 정성껏 말려 오동나무 함속에 보관하다 농사일이 한가한 농번기에 주민들이 빗자루를 만들어 순천 웃장과 아랫장, 타 지방까지 내다 팔아 당시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 주민들의 생계유지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당시 빗자루는 마당을 쓸던 대나무로 만든 대빗자루, 수수로 만든 부엌 빗자루, 방 빗자루는 대부분 볏 집으로 만든 벼 빗자루였는데 갈대 빗자루는 방 빗자루로서는 최고급 빗자루로, 이사 집 선물, 명절 최고의 선물로 집집마다 자랑하듯 마루기둥에 쓰레받이와 함께 걸어뒀다.

이렇듯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 팔던 유명 빗자루는 세월이 가면서 나일론 제품과 진공청소기 등장으로 사라져 가고 이제 장인 김진두 씨의 장인정신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부친 유지 받들어 45년 동안 빗자루 만들기에 혼신

갈대빗자루를 만들고 있는 장인 김진두 씨는 어렸을 적부터 손재주를 타고 났다. 마을 동장을 지내신 부친께서 손재주를 타고난 아들에게 1970년 초 “빗자루를 만들어보라”며 빗자루를 만들고 있는 몇 분을 소개했다.

김 장인의 부친은 이렇듯 차차 사라져가는 갈대 빗자루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에게 전수받기를 권유, 아들인 김 장인은 빗자루 만드는 기법을 터득, 45년 동안 갈대 빗자루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갈대 빗자루의 제작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고 복잡하지만 장비는 단순하다. 그만큼 손을 이용한 작업으로 끈기 있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7월 백중 무렵 뽑아 그늘에 말린 갈대 오사리를 조리개와 실과 끈을 잘라주고 꿰매는 가위, 바늘, 망치와 자루, 마감을 하기 위한 낫 등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고작이다.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만큼의 묶음에 갈대 기둥을 함께 넣어 실과 나일론 끈으로 동여 묶음을 만든다.

갈대 빗자루의 크기에 따라 수십 개의 오사리를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 뒤 갈대 기둥을 모아 비틀어 모양을 완성한 후 자루 중간 중간을 색색의 실과 나일론 끈으로 묶어 견고함과 장식을 더한 섬세한 손길을 걸쳐 갈대 빗자루가 탄생한다.

이러한 김 장인의 장인정신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민예품 공모전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순천시 경진대회서 시장 상을 수상하는 등 2017년 순천시가 선정한 ‘제1호 빗자루 최고의 장인’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김 장인은 남다른 봉사활동으로 주민들의 귀감을 사오는 등 그동안 교통부장관 상 전남도지사 상, 적십자사총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장인은 현재 4월부터 11월까지 순천만 습지센터에서 관내 초·중학생, 일부 관광객을 상대로 갈대빗자루 만들기 체험학습을 보조공 3명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통 명맥 유지할 후계자 키울 수 있는 대책 마련돼야

“갈대꽃 빗자루는 쓸리기도 잘 쓸려 다른 빗자루는 저리 가라였다”며 “나일론 빗자루와 진공청소기가 나오기 전에는 최고의 빗자루로 명성이 자자했다”는 김 장인은 “마루에 갈대 빗자루하고 쓰레받이가 집집마다 걸려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장인은 “이제는 순천시 관광특산품으로, 또는 순천시가 외국을 방문할 때 기념품으로 가져가 전달되는 등 수요처가 극소수로 이제 누가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관심이 멀어져 사실상 명맥이 끊긴 셈”이라며 “갈대 빗자루의 전통 맥의 계승을 잇기 위한 후계자 양성에 순천시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대책마련을 강구했다.

이어 김 장인은 “현재 3명의 보조공이 4월부터 11월까지 함께 갈대체험학습 등에서 빗자루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매월 1인당 수당이 고작 24만 원으로 이들 마저 꺼리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순천시는 지금까지 순천만 습지 갈대밭 관광객 유치에 쏟아오던 행정력을 이제 순천만 주변 마을 주민들의 옛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한 갈대 빗자루 민속공예품에 대한 특화사업 대책마련에도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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