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2 13:26 (토)
[세상읽기 126] 검찰총장 ‘윤석열 읽기’
상태바
[세상읽기 126] 검찰총장 ‘윤석열 읽기’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1.15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윤 총장의 국민을 위한 신념이 실현되는 세상을 기대하지만 그러한 신념이 자신만의 독점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 싶다.

새해가 되어도 나라가 온통 검찰로 난리다. 왕조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이래 검찰로 인해 나라가 이처럼 혼란을 겪기는 초유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검찰 개혁’은 이제 유치원생도 아는 ‘국민 용어’가 됐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분리’ 법안이 통과되면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로 검찰을 둘러싼 논란 또한 정점에 달한 듯 하다.

도대체 검찰과 관련 무엇이 문제인데 청와대와 맞짱의 형국까지 빚으며 이처럼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가. 검찰은 범죄 수사 및 공소권 제기 등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의 하나 일 뿐이다. 쉽게 말해 죄 있는 자 잡아다 벌주는 일을 하는 공무원 집단이다. 문제의 시작은 검찰의 그러한 일이 공평하고 정의롭게 하고 있느냐 일테다. 다시말해 그동안 검찰권의 행사가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 하다.

더구나 검찰이 국민적 요구가 된 검찰개혁에 동참하기보다는 조직의 이해관계 수호에 최우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검찰을 둘러싼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도, 여도 야도 당사자인 검찰도 국민을 위한다지만 과연 그러한가. 혹시나 답답한 현실에 대한 해답의 단초라도 있을까 싶어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를 열자 햇볕이 밝게 스며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의 바탕사진에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이라는 슬로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처럼 올곧은 기상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국민들을 위해 밝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런 의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곳 저 곳을 들리다 총장 인사말을 클릭했다. 윤석열 총장의 인사말에서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오로지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행사하겠습니다.’라는 부분이다. ‘국민에게서 받았으니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일게다.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는 검찰, 강자의 횡포와 반칙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검찰이 되겠습니다.’라는 언급도 있다. 서두의 ‘안녕하십니까’와 말미의 ‘감사합니다’를 뺀 여덟 개의 짧은 문장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13번이나 사용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생각하는 검찰에 대해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의 최우선 방법으로 강자의 횡포와 반칙에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윤 총장의 생각이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그에게 현실의 강자는 정치권이며 정치권에서도 야당보다는 여당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인사가 있던 날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것도 ‘국민을 위해 강자에게 한 치의 물러섬도 없겠다’ 는 그의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졌는지도 모른다.“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의 유명한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그에게 야당보다는 여당이 더 강자이고 청와대는 강자의 정점인 셈이다. 동일의 반칙이라면 여당과 청와대에 대해 더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그는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검찰은 ‘정의’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윤 총장은 자신의 신념을 정의라고 믿고 있다고 보여진다. 윤 총장의 신념과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검찰의 수장으로서 국민이 요구하는 신념이기도 하다.

다만 ‘모든 것은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 번쯤 잠시 멈춰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검찰권은 그가 인사말에서 밝혔듯이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것이다. 국민의 공적자산이다. 개인의 신념을 위해 혹시 지나치게 과다히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라는 말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국민의 공적자산을 사용한다면 투입대비 산출도 당연히 국민으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수사를 놓고 일부에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지적은 그가 아프게 새겨야 할 말이다. 앞으로 그가 내놓은 청와대 개입 의혹속에 진행되고 있는 수사결과가 용두사미(龍頭蛇尾)격의 초라한 결과라면 국가를 주식회사 개념으로 볼 때 해임사유가 될 수도 있다.

윤 총장의 국민을 위한 신념이 실현되는 세상을 기대하지만 그러한 신념이 자신만의 독점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싶다. 검찰로 인해 나라가 이처럼 혼란스러운데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할 뿐’이라고 한다면 그가 바라는 국민의 세상은 더 험난해 질수도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은 윤석열’ 이 ‘조직에는 충성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