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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먼 돈, 아파트 관리비 근원부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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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먼 돈, 아파트 관리비 근원부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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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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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50%이상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비가 최근 “먼저 본X이 주인”라는 나쁜 말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아파트 관리비를 감시하는 기능이 거의 없이 감시사각 지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노원구와 강남구 등의 아파트 관리비 횡령의혹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직원과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서울 노원구는 구와 서울시가 지난 6~10일까지 노원구 A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감사 결과, 최근 10년 동안 장기수선 충당금 9억9000만원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횡령추정 액 가운데 2017~2019년 사이에 사라진 3억4000만원은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의 개인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는 수취인이 불명확해 경찰이 계좌추적 중에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은 소장에게‘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이 메시지를 받은 소장 역시 나흘 뒤 근무지인 아파트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도 전직 관리사무소 소장 5명이 4억200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 아파트 동 대표회의가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파트 관리비 횡령의혹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관리비가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단체나 기관이 없기 때문. 오래전부터 아파트단지 관리비 비리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게 떠돌고 있었다. 2016년 정부가 공동주택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5곳 중 1곳이 비위나 부적정한 사례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2015년께 배우 김부선 씨가 서울 한 아파트 난방비 비리의혹을 제기하면서 아파트 비리여론이 들끓자, 국무조정실이 나서 아파트단지 회계감사를 착수하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아파트 관리문제는 사적인 영역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관리대상에서 제외해 왔지만, 현재 3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관리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정부가 사적인 영역이라고 해서 연간 12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아파트 관리비의 회계감사를 외면했던 것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당시 국무조정실이 전국 중·대형 아파트단지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한 결과, 20%정도가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이 300가구이상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외부회계 감사에 따르면 감사에 참여한 8991개 아파트단지 가운데 1610개 단지가 ‘부적합 판정’을 받을 정도로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부적합 사유’로는 현금흐름 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43.9%로 가장 많았으며, 회계자료 누락 등 부적정한 회계처리가 18.2% 등이다.

당연히 회계장부와 실제 현금흐름이 맞지 않는 사례가 수두룩했다고 한다.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 등이 아무런 증빙서류도 없이 관리비를 멋대로 사용하는 일도 일상적이었다. 충남의 한 아파트의 경우 무려 20억 원이나 증빙자료 없이 사용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동안 “아파트단지의 회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생각한 시민은 없을 듯하다. 국무조정실과는 별도로 국토교통부와 전국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일제 합동감사 결과는 이보다 더했다.

당시 회계감사는 입주민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민원이 없었다고 상황이 크게 다를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이렇다보니 아파트 관리비는 감시사각 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18년 아파트관리 합동감사 결과, 20개 단지에서 적발된 비리·부실건수는 338건으로 한 아파트단지 당 17건 꼴. 공사입찰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업체에 발주한 사례 등 공사·용역분야가 12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회계가 제대로 맞지 않는 등의 예산·회계 분야가 94건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한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감사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토록 의무화하고, 허위자료 제출 등에 관한 제재수준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법 개정만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한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관리비 부담주체인 입주민들이 나서 각종보수공사 때 특정업체에 맡기는 등을 잘 살펴 관리비가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짜임새 있는 주민감시 체제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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