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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 58년 개띠, 모진 세파를 헤쳐나온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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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 58년 개띠, 모진 세파를 헤쳐나온 그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1.28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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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홍 시인(1958년생)

경남 창원 출신으로 워낙 가난한 환경 때문에 야간중학교를 끝으로 학교와 단절 그 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서정홍, 이 시인의 이름은 몰라도 ‘58년 개띠’는 다 알 것이다. 개띠라면 46년, 70년 개띠도 있건만 '58년 개띠'를 기억하도록 만드는데는 바로 이 시인이 1995년 펴낸 '58년 개띠'란 시집 제목도 한몫을 했다.

이 시인 이름 앞에는 ‘농부시인’이라는 접두사가 붙는다. 지금도 경남 합천에서 농사지으며,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강연도 하고, ‘생명공동체운동’도 하면서 ‘생태’와 ‘환경’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 일하는 시인이다.

이 시를 따로 해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읽으면 다 이해가 되니까. 그럼에도 ‘58년 개띠’에 대한 해명만은 필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개띠는 꼭 1958년이 아니라도 많다. 12살씩 빼거나 더하면 되니까.

해가 바뀔 때마다 ‘백말띠’니, ‘황금돼지띠’니, 또 올해를 ‘황금쥐띠’니 해도 그 해가 지나면 그걸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는데 왜 아직도 ‘58년 개띠’만은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해가 바로 1958년 개띠해다.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연령대를 사회학자들은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그럼 왜 하필 그때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을까. 먹을 게 없어서 낳은들 굶주릴 수밖에 없던 지독히도 가난한 시절에 애는 낳아서 뭘 하겠다고. 동물이든 식물이든 위기 순간이 오면 본능적으로 자식 퍼뜨리기, 즉 종족 번식부터 생각한다고 하는 학설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끝난 뒤 몇 년 동안 아이가 가장 많이 태어나는 까닭은 전쟁을 겪으면서 이제 또 전쟁이 터지면 내 후손은 끊기고 만다는 강박관념에 아이 생산부터 서두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설이 있다.

소설가 은희경이 58년 개띠를 주인공으로 한 '마이너리그'란 소설에서,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이는 일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의 숙명이었다.'고 했다.

정말 그때 많이 태어났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때는 가장 빽빽한 콩나물시루 교실이었고, 이들이 대학 시험을 치르는 1977년도에는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나타냈으며 기업체 입사 경쟁률도 최고였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58년 개띠들이 어느 나이대보다 부지런하며 환경에 잘 적응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정된 일자리,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먹고살려면 머리야 둘째치고 일단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수없는 시대였으니까. 거기다 이들이 군대 있을 즈음 (여학생들은 졸업반일 때) 계속 이어진 군부독재와 그에 반발해 일어난 수많은 민주화 시위, 어떤 이는 민주화 투사가 되어 화염병을 던지고, 또 어떤 이는 진압군이 되어 친구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쳐야 하는 비극을 겪는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90년대엔 반짝 경제호황이 있었으나 이내 IMF의 직격탄을 맞은 억세게도 운 나쁜 세대이기도하다.

주변에 혹 '58년 개띠'가 계신다면 한 번 꼭 안아주시길, 다들 힘들게 살았지만 특히 더 힘들게 모진 세파를 헤쳐나온 그들을 위해서.

 

[전국매일신문]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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