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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28] 설 떡국 먹기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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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28] 설 떡국 먹기의 불편함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1.2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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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노인도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자 중요 자원으로 존중되지 않으면 100세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청년의 미래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됐다.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을 먹었고 또 그렇게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아직은 젊다고 자위하지만 노년에 닿은 한 살 더 먹음이 부담스럽다. 내년에는 설 떡국 먹음이 죄가 될지 모르겠다.

젊음의 미래가 노인이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처음부터 노인이었던 것으로 취급받으며 눈총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설날 아침의 떡국은 이제 그만 사양하고 싶다.

한때는 설이 되어 나이 한 살 더 먹게 됨이 즐거움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에 나이 한 살 더하기는 기쁨이었다. 나이 듦이 존중받고 힘과 권위이던 시절 이야기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그런 시절은 태고적 얘기다. 오히려 나이 듦이 짊이 되는 시절이다. 나이 듦은 쓸모없음의 표현이자 거추장스러운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대중가요가 나이 든 사람들의 노래방 인기곡이 되었겠는가. 노래는 나이 듦의 편견에 대한 반항이다.

극우적 행태를 보이는 태극부대의 노인들도 일부는 정치적 소신이라기보다는 노인을 무시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100세 시대에 노인의 기준이 되는 60대 중반은 이제 한창 일할 나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젊음의 연장선이다. 오히려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더해져 가장 완벽한 나이대가 노년에 접어든 나이 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노인을 기피 하고 부담스러워한다. 나이를 이유로 편견을 갖거나 부당하게 차별하는 연령주의가 곳곳에 가득 차고 넘치는 현실이다. 지역색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연령주의는 가장 심각한 차별이자 편견이 되고 있다. 늙음을 추함이나 용도가 다 된 쓸모없음으로 보는 것은 노인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권침해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OECD국가중 1위다. 노인인구 10만명당 54.8명으로 OECD 평균의 약 3배 수준이다. 연령주의가 낳은 당연한 결과로, 노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낳은 사회적 타살에 다름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능력의 유무를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별과 편견을 시정하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표의 환심을 위해 부추기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젊은 피’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전문성과 가치관이나 능력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우선 젊으면 모든 조건 충족이 된다.

그 반대편에서는 경력이 오래되고 나이가 많은 정치인들이 조류처럼 밀려오는 흐름에 휩쓸려 퇴진을 강요받고 있다.

정치인의 영입이나 또는 2선 후퇴의 기준이 새로운 사고가 아니라 나이가 되는 것은 정치적 위장술이다. 능력이나 가치관이 아닌 나이 기준의 세대교체는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선전을 위한 젊은 피 수혈이야말로 낡고 고루한 정치적 술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8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15.5%에 달한다.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도 목전에 두고 있다. 5년 뒤인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말 그대로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전환돼야 한다. 노인도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자 중요 자원으로 존중되지 않으면 100세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청년의 미래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지 리스(Ageless)’라는 개념을 도입, 한발 앞서고 있다.

‘에이지 리스 사회’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희망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람을 나이로 구별하지 않고 원한다면 누구나 일 할 수 있는 나이 차별 없는 사회가 목표다.

반면 마포대교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자 이를 줄이기 위해 다리 난간을 1m 높이기로 했다는 몇 년 전의 정부방침은 그야말로 블랙코메디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노인도 사람이다. 내년 설 떡국은 기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할 때다. 노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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