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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사피엔스의 어깨에 올라 대학 생존 ‘돌파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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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사피엔스의 어깨에 올라 대학 생존 ‘돌파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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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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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열등한 종인 사피엔스(Sapiens)는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됐을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는 허구를 상상하는‘뒷담화’를 꼽았다. 객관적 실체가 아닌 허구를 창조하는 능력이 종교, 국가와 같은 대규모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들의 유연한 협동이 다른 종을 멸종시키며 세계를 정복하게 만들었다는 것.

주목할 것은 뒷담화라는 유니크한 관점보다 ‘협동’이라는 키워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의 ‘협동’은‘융합’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했다. 제조업과 IT의 융합, 의학과 생물학의 융합 등 각기 다른 학문과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놀라운 과학혁명을 이루어내고 있다.

놀라운 건 21세기 ‘융합’의 결과가 7만년 전 뒷담화가 이끈 협동이 다른 종을 멸종시킨 것만큼이나 충격적으로 닮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은 컨베이어밸트에 늘어선 공장 노동자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적 등장은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사회, 문화 전반을 무섭게 뒤흔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지각 변동에 한국의 대학 또한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가 더해져 향후 70여 개의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학에 있어 학령인구의 감소가 대학 수를 줄어들게 만드는 수치화된 통계적 위협 요소라면, 4차 산업혁명의 융합형 기술혁명은 학문 단위 교육시스템인 대학의 역할과 정체성을 뒤흔드는 본질적 위협 요소이다.

그렇다면, 대학 생존을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이 해답 또한 7만 년 전 사피엔스의 ‘협동’에 있다. 산업 현장이 기존 제조방식의 틀을 깬 것처럼 대학도 이종 학과 및 계열 간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독립된 전공 교육, 경직된 학사구조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구호로 그치는 융합이 아닌 실체화된 융합교육시스템을 구축해 산업현장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학과 간 틀을 깨는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생산 전 공정을 융합한 ‘러닝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러닝팩토리는 공정 중심으로 나뉘던 학과를 한곳에 모아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학생들은 제품의 설계부터 가공, 시제품 제작까지 경험할 수 있고, 타 전공 분야의 실습 참여도 가능해 미래 기업 현장에 부합하는 융합형 기술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2019년 한 해만 16개 캠퍼스에 러닝팩토리가 구축됐다. 올해는 36개 전 캠퍼스로 확대된다. 아산캠퍼스는 정보통신, 자동차기계, 메카트로닉스, 디자인과 방송 등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기술요소를 갖춘 8개 학과가 참여해 ICT를 기반으로 디자인 설계에서 제품생산까지 하나로 연계되는 러닝팩토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러닝팩토리는 대학을 넘어 지역과의 ‘협동’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시제품 제작을 위한 Test-Bed가 될 것이며, 지자체 및 일선 학교와 연계해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직업체험의 장으로 개방되어 지역 기술교육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7만 년 전 협동을 이끈 사피엔스의 ‘뒷담화’는 허구와 상상이 아닌 ‘비전과 희망’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를 통해 열등함을 극복하고 멸종이 아닌 생존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대학도 지역사회와 기업을 위한 ‘비전과 희망의 뒷담화’를 가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위기에 대처할 때 생존은 가능하다. 7만 년 전 같은 시대를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그들 안에 갇혀 멸종의 길을 걸었다. 위기가 닥칠수록 생존을 위한 ‘뒷담화’는 준비되어 있는지 돌아볼 때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장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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