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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정치는 정치이어야 신뢰와 존경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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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정치는 정치이어야 신뢰와 존경 받을 수 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2.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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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로마 공화정 말기에 정치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원로원 중심의 공화정 체제와 대화·타협의 문화를 지키려고 분투했다. 그는 기원전 44년 원로원 회의에서 당시 집정관이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탄핵하기 위한 연설을 했다.

“귀 얇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명문 귀족이자 큰일을 추구하는 당신들이, 위대하고 고명한 사람들이 늘 경멸하던 돈이나 폭압, 로마 인민들이 결코 참지 못하는 권력을 갈망했다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저는 시민들의 존경과 명예를 갈망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명예란 최고 귀족 모두와 대중의 증언을 통해 인정된 올바른 업적의 칭송이며 공적 헌신의 명성입니다.”

2000여년 전의 연설이지만 지금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공적 헌신의 명성’을 추구하는가 아니면 ‘돈이나 폭압, 권력’을 갈망하는가. 의회민주주를 위기로 몰아넣은 정치인들이 자성해야 할 때다.

마침 선거의 계절이다. 4·15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총선체제로 접어들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염치없게도 지역구 표심 얻기에 골몰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대로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유권자들의 힘으로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정당들이 변화와 혁신을 내세우게 하고, 그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대를 걸 만한 감동도 주지 못하는 정치인을 솎아내야 할 것이다.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의 오명을 21대 국회에서 되풀이하지 않게 해야 한다. 언젠가 정치가 제 기능을 하리라는 희망도 접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여든 야든 비겁한 정치인은 생명력을 잃는다. 국민들이 그가 비겁하다는 것은 아는 순간 지지를 철회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단식투쟁이란 극단적인 대여 투쟁을 보이고도 한동안 연이은 결기를 보이지 않았다. ‘우황좌황’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필자는 얼마 전까지 그가 진정한 야당 대표로서 순탄한 길만을 걷는 것을 원한다면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황 대표의 측근, 그를 에워싼 세력들의 장막에 갇힌 것인가. 그들이 올바른 말을 해 주지 않으면 전 박 대통령처 모든 일이 그릇되고 마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황 대표는 4.15 총선에서 자신이 출마할 곳의 유, 불리를 따지는 것처럼 비쳐져 있었다. 이낙연 전 총리와의 종로 대전에 나서면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엉거주춤해 실기를 잃었던 것이다. 황 대표가 출마를 저울질하는 곳에서는 여당 예비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조롱까지 했다. 그를 용장(勇將)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그런데 황 대표는 결국 험지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종로에서 전직 총리끼리 대전을 벌이는 빅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누가 승리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제부터 흥미로운 차기대선의 서막전을 보게 된 것이다. 종로는 정세균 총리가 내리 2선 당선을 한 여권 표밭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은근슬쩍 발을 들여 놓으려다 포기하고 퇴거했다. 호남 출신 주민들이 많으며 황 대표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가장 험지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보여 진다.

4ㆍ15 총선 금배지를 꿈꾸는 정치인들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지역별 후보군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새 인물보다 구 인물이 더 많아 실망스럽다. 정치판에서 손을 뗐으면 좋을 듯싶은 정치 퇴물들(?)도 더러 보인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은 이제 한국 정치풍토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 됐으니 자업자득이다.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정치계절병은 마치 알코올의존증 환자처럼 끊기 힘든 유혹이자 금단현상이다. 떠도는 세평대로 정치병증은 백약이 무효임을 알 수 있다. 권력 지향적 과대망상증에 걸린 사람들은 정신 분석학적으로 말하자면 정치 유혹의 덫에 갇힌 권력 집착 증후군에 속한다.지금 여당은 총선 필승을 목표로 득표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선거대책 본부 발족과 함께 전임 국무총리를 총선 상징 지역인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한편 종로구 출마 압박에 묵묵부답이던 한국당 대표도 결국 여당 후보와 맞짱 뜰 각오가 섰는지 종로구 출마를 전격 선언하고 나섰다. 또한 보수 대통합이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군소 야당과의 협상을 급진전시키고 있어 막판 판세 요동이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카운터 파트너로 등장한 안철수 씨는 야당 통합 대신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으나 보수 대통합이라는 명제를 외면한 독불장군의 선택지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울산시장 선거의 청와대 개입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이 지상에 보도돼 백일하에 드러남으로써, 4ㆍ15총선은 예측불허의 안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주역(周易) 상경(上經) 20번째 괘(卦)는 풍지관(風地觀)이다. 괘상(卦象)은 풍행지상관(風行地上觀)으로 `바람이 땅 위에서 행하는 것이 관이다`로 해석한다. 계사(繫辭)인 관(觀)은 관이불천 유부옹약(?而不薦 有孚?若)으로 `깨끗한 몸가짐과 선한 정성으로 조상을 받들어 모시는 제사를 지낼 때의 순정한 마음으로 민심을 살펴보고 처신해야 만인의 추앙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관(觀)은 물건을 보면 `볼 관`(한자 평성)이 되고, 아래에서 보이게 하면 `보일 관`(한자 거성)이 된다.

임금(지도자)이 위로 하늘의 도(天道)를 보고 아래로 백성의 풍속(삶)을 보는 것은 `볼 관`이 되고, 덕을 닦으며 정사(政事)를 행해서 백성들이 우러러보게 하면 `보일 관`이 된다. 또한 관(?)은 제사 지내려고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고, 천(薦)은 술과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는 것이며, 옹약(?若)은 존경하는 모습이다. 자기의 정결을 이루고 가벼이 거동하지 않으면 그 믿음 가운데 있어 존경스럽게 우러러본다는 뜻이다.

무릇 한 나라의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은 주역 풍지관의 계사가 의미하듯, 내가 나 자신과 국민을 보는 '볼 관'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보일 관'에 대한 냉철한 자기성찰을 한 후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는 존경하지도 믿어 주지도 않는데 제 혼자 잘났다고 설레발치는 정치철새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은 내 권리라지만, 머물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고정 표밭인 호남권과 보수진영의 아성이라는 TK, PK 지역에서 민심 변화가 있었듯이, 진영 논리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의 성난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도 표로써 냉정게 심판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넘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국가 위상과 높아진 국민 의식수준은 예전과는 천지차이다. 그러나 아직 정치판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쟁만 일삼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아무리 프로파간다(선전선동)가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유권자를 호구로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성숙된 시민의식을 간과한 채 자가당착에 빠진 사이비 정치꾼들의 금배지 열망은 백일몽에 불과할 따름이다. 주역 풍지관(風地觀) 괘의 심오한 뜻을 새삼 재음미해 본 후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치(政治)는 정치(正治)이어야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낙연 전 총리의 낙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종로대전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로 본다. 야당과 반 문재인 측은 황 대표의 승리를 점치기도 한다. 황 대표의 사즉생 각오가 전국 선거구에서 큰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차기 지도자상은 어떤 인물인가. 제발 경제를 살리고, 헌법을 준수하며, 정의와 공정한 가치로 흔들림이 없는 강력한 지도자를 희망하고 있다. 종로대전에서 국민들의 선택기준은 여기에 모아질 전망이다. 정치 1번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종로 선거에서 멋진 선거결과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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