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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공직 40년을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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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공직 40년을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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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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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봄을 맞이하는 추억은 늘 새롭습니다. 한자리수 나이일 때에는 불쑥 찾아오는 봄이 신기했습니다. 봄은 나비와 함께 찾아오는 하늘의 선물처럼 느꼈습니다. 겨우내 눈이 쌓이고 고드름이 길게 매달렸다가 추녀끝에 타닥타닥 얼음 녹은 물을 뿌리면 그날부터 땅속에서는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입춘이 지났으니 바람은 차가운데 양지바른 볏짚까리 틈새에서는 모락모락 군고구마 반으로 나눈 그 가운데에서 올라오는 열기 가득한 향기로운 김처럼 봄의 기운이 피어올랐던 것을 아이는 몰랐을 뿐이지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이미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봄은 참으로 차분한 시골 새색시처럼 다가서는 계절의 미색입니다. 아름다움을 간직한 수많은 자연의 봄 전령사들이 하루 이틀 숨가쁘게 다가왔었습니다.

봄의 완성은 개구리 합창곡입니다. 소가 들어가 한번 갈아준 논바닥 틈새로 자라난 잡초를 부여잡고 개구리는 힘차게 울어주었습니다. 개구리의 목청으로부터 나오는 진동으로 꽃이 피는 줄 알았습니다. 메마른 나무가지에 매달린 움들이 누구의 연락을 받고 피어날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은 개구리 우체부의 전보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이처럼 아름다운 봄맞이의 서정으로 살아가는 줄 알았지만 19세에 우연히 발을 디딘 공직에서 39년8개월을 일하고 다시 2년1개월을 더하니 문득 회갑, 한갑, 진갑이라 합니다. 어려서 본 회갑부부는 정말 하얀 노부부였는데 정작 그 모습은 거울을 보아도 찾을 수 없고 마음 한구석 어디에서도 잔치를 열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1년을 쉬면서 새로운 인생을 꾸미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돌아보니 후회가 있습니다. 몇 가지 반성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선은 가족과 여행을 간 횟수가 부족해 보입니다. 아내에게 수고한다고 말한 횟수가 모자라 보입니다. 스스로 공직자라 자부심만 컷지 정작 도민을 위해 일한 것은 열 손가락에 꼽아보니 손가락 여러 개가 남습니다. 대략 따져보니 42년동안 490번 월급을 받았습니다. 월급 주는 사장님은 봉급날이 빨리도 오고 월급날 기다리는 사원은 한 달이 길다 하겠지요.

그렇게 긴 세월동안 한 일 없이 공직을 마치고 돌아보니 이 모든 것이 인생의 한 과정이고 옛 성현들이 인생을 一場春夢(일장춘몽), 南柯一夢(남가일몽)이라 말씀하신 연유가 충분하다는데 공감을 합니다. 동시에 공직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일하지 못한 지난날이 후회스럽고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결단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후회합니다.

동시에 정치와 행정의 틈새에서 지방자치가 연륜을 더 할 수록  늘공과 어공의 사이에 작은 일 큰 사건이 상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좋은 시절에 공직생활을 하고 흔히 하시는 말로 대과없이 마쳤구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쇄가 찍히고 대통령 직인이 올라가고 행정안전부장관이 정부 포상부에 기록한 큰직한 종이 위에 검붉게 인쇄된 훈장을 받았으니 행복한 퇴직공무원이라 자부하는 바입니다.

입춘을 지내고 우수를 거친 본격적인 개구리 잠 깨는 봄날을 맞이하는 즈음에 지면을 할애해 주시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의 현직 공무원들이 함께 읽고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깊은 일이고 오늘 문득 퇴직한 공직자로서 지면에 인사를 드리는 것이니 좀 더 內密(내밀)한 이야기는 차차 나누기로 하고 오늘 선후배 공직자 여러분께 첫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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