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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들에게 보내는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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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들에게 보내는 詩
  • 박희경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2.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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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嚴冬雪寒)에 자식을 군에 보낸 애끓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가? 그것도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해병대에 보냈다면 또 그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지난달 20일 새해 첫 해병대 입영으로 관심을 모았던 훈병들이 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대한민국 해병대의 진정한 대원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비 오면 젖은 세라. 바람 불면 감기 들세라. 참 사연도 가지가지, 걱정도 이런 걱정이 없다. 한 커뮤니티 이야기다. 애타는 부모의 마음에 잠시 숙연해 지기도 하고, 또 어떤 글에서는 애써 참아왔던 눈물도 주책없이 흐르기도 한다.

기자도 늦게 얻은 막내를 이날 해병대에 보냈기에 여러 커뮤니티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해병대 마린보이 가족모임’이라는 카페를 알게 됐다.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을 알렸는지는 굳이 알 이유도 없다. 참 대단한 모임이다. 회원 수가 1만6880명이나 된다. 내 자식, 네 자식을 가리지 않고 하는 응원 앞에서 아직도 살만하구나 위안을 받기도 한다.

해병대의 단결심을 보는 건 당연하다. 엄격히 말하면 해병대는 아니다. 그냥 가족일 뿐이다. 대단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운영진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해병대 가족 또는 관련된 이들이라는 것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어느 사람도 사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있음이다.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병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나, 예비역 해병들과 관련된 이들이 순수한 노력 봉사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사불란 하기는 현역에 못지않다. 한 예로 지난 16일 신병 1,254기가 인내의 한계를 넘나든다는 극기주간 훈련에 돌입하는 날 응원의 댓글을 달자는 제안에 무려 9,999개의 댓글이 달렸다. 형용하기 힘든 벅찬 감동을 넘어 경이롭다고 해야 마땅한 표현이다.

이런 부모의 염려도 눈에 띈다. “극기 주라니 뒷골이 쭈뼛하고 몸이 긴장됩니다. 사랑하는 아들은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잘 이겨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모습만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훈단(해병대교육훈련단)의 날씨를 보고...내려가 있는 기온이 야속하고 부는 바람이 얄밉지만, 금세 마음을 가다듬고 '그래도 눈,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훈단에서 훈련을 받으며 몸과 정신, 맘이 단단하고 훌륭하게 변화해 갈 때, 어미인 저도 욕심을 내려놓고 순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카페에 들어와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정보도 얻지만, 맘도 가라앉히고 공감도 얻으며 마음에 평정을 찾고는 한답니다. 여러분들께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처럼 이 카페는 좌불안석인 부모들의 마음까지도 평정심을 찾게 해주는 역할에 부족함이 없다.

어느 훈련병의 아버지는 아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며 공개적으로 ‘금연’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극기주 돌입)와 같이 긴장감이 고조 되는 순간순간마다 흡연의 욕구가 생기기도 했지만 굳세게 참아내어 극복한 하루였다”며 “이 진심이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부정(父情)을 들어내기도 했다.

또 어떤 아버지는 멀리서나마 자식들과 그 동기들의 함성이라도 듣겠다며 교육훈련단 정문에서 부대 쪽을 향해 거수경례하는 사진을 올려 많은 이들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내 자식을 군에 보내고 나니 30여년전 나를 해병대에 보낸 어머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뼈에 사무치도록 그립다”며 애틋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얼마나 그리움이 사무쳤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과 갖은 시련을 이겨내며 대한민국 최정예 해병용사가 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모든 해병대원의 건승을 기원한다. 한 아버지가 올린 김우영의 ‘아들에게 보내는 시’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빠의 숨결 모아 엄마의 슬픔 모아 너에게 보낸다. 엄마의 긴 고통 속에 네가 태어나던 날…. 아빠의 끝이 없는 기다림은 눈물 한 방울로 대신했고 엄마의 긴 고통은 해맑은 미소로 대신했다. 아빠라 불리웠던 날 나비가 오랜 껍질을 벗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아빠의 오랜 삶의 껍질은 벗겨지고 새로운 삶을 살았으며 엄마의 힘겨움은 기쁨이 되었단다. 아들아! 아빠 엄마는 아들이라는 소중한 밤 한 톨을 키우기 위해 온몸에 가시를 덮고 긴 세월을 인내하련다. 품속에서 탐스럽게 익어 가는 너를 위해서…. 아들아! 엄마 아빠가 가시 옷을 벗는 날 넌 세상에서 가장 탐스럽고, 속이 꽉 찬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그런 씨앗으로 자라나기를 온몸에 가시 옷을 덮고 별님에게 기도한다.”

 

[전국매일신문] 박희경 지방부국장
barkhg@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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