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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스마트폰#마스크#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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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스마트폰#마스크#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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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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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요즘 '코로나19'로 온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바람입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낮 시간 지하철 손님이 줄어서 빈자리가 보이는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칸에 가보니 마스크 없는 손님 옆에는 빈자리가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모든 손님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대고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쓴채 스마트폰에 온 신경을 집중하니 가끔은 딴 나라에 와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황사와 미세먼지에도 쓰지 않던 마스크로 인해 숨이 막히는데 승객들의 자신에 대한 집중력으로 더더욱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전에는 더러 책을 읽는 이가 있었고 차분한 얼굴표정으로 차창 밖을 감상하는 낭만파도 보였는데 요즘의 지하철 풍경은 말 그대로 고요의 바다, 답답한 창고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신문이 사라진 지하철에서는 마스크와 스마트폰이 서로의 눈빛을 피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쓴 시선은 더욱 강렬한 경우가 많아서 도무지 그 사람의 전체 표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에 썬그라스를 쓰면 더더욱 깜깜절벽이 됩니다.

단절의 도구는 스마트폰, 마스크, 통로쪽을 고수하는 무릎뿐이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하지 말고 그 자리를 피하라 집에서 가르치므로 아이들이 어른들을 무서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지하철 안에서 노인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고 엄마 품으로 달려온 아이가 엄마로부터 칭찬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야단을 맞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눈인사가 사라지고 마스크로 인해 숨길이 막히고 개인주의로 인해 속 마음이 막혀버리는 세상입니다.

가정에서도 엄마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아빠는 술 먹고 늦게 와서 곤하게 잠자는 아이들의 잠을 깨우는 불편한 가족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온지 20년이 넘었을 것입니다. 단절과 차단의 시대에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갑자기 쓰러진 사람에게 우르르 달려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사람이 되는 세상,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시민은 '의인'으로 추앙받는 시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급상황에도 나서지 않습니다. 얼결에 나섰다가 '보따리 내 놓으라'는 상황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세상입니다.

직장에서 조직에서 소통과 융합은 조직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고 힘의 원천이라 합니다. 하지만 직장의 칸막이와 스마트폰, 마스크, 닫힌 마음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데 다하여 보이는 '斷絶(단절)의 벽'은 자신과 우리를 꽁꽁 묶어버립니다. 명강사들은 소통이 경쟁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도 수강생들은 책상 아래 스마트폰으로 자신들만의 대화창을 열고 강사와는 단절하고 의무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강의가 끝난 소통 명강사 조차도 강의가 끝나면 두말없이, 추가 소통없이 사라집니다.

회의를 통해 총의를 모으자 하면서도 머리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집중되어 있고 얼굴 표정은 마스크로 가려서 도무지 상대방의 기분을 읽을 수 없습니다. 단절된 공간은 沈默(침묵)과 我執(아집)이 남을 뿐입니다. 스마트폰과 마스크, 실내 선글라스로 가려진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교류하고 융합하고 실질적으로 소통하는 생활의 현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표정을 읽을 수 있는 투명한 마스크, 5분이상 집중하면 화면이 꺼지는 스마트폰,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 검은색이 투명색으로 바뀌는 첨단 선그라스가 필요해 보이는 시대입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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