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6]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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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3.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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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굉 시인(1952년생) : 경북 영양 출신으로 1982년 [심상]을 통해 등단, 구미 모 고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 현재 시를 쓰고 있다.

<함께 읽기> 어머니를 글감으로 한 시를 대하다 오랜만에 가장인 아버지가 주인공인 시를 읽어본다.

달빛도 별빛도 없는 캄캄한 밤, 태산 같은 파도에 떠밀려 항로를 잃고 헤매는 뱃사람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바로 등대다.

그러니 뱃사람에게 등대 만큼 고마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궁금은 더해진다. 저 등대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가.

‘저 등대를 세운 사람의 등대는 누가 세웠을까’

첫 시행에서 등대는 단순히 등대가 아님을 내비친다. '등대를 세운 사람의 등대'. 분명 맨 처음 등대를 발명한 사람이 있을 건데, 그런데 그 사람의 등대는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만큼 읽으면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어둠 속을 헤맬 때 그를 암흑 속에서 끄집어내 햇빛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께워 준다.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등대 같은 사람이 있다. 부모님, 스승님, 선배님, 그리고 책에서 만난  수 많은 위인들까지.

그 등대 같은 사람에게서 우리는 삶의 길을 배우고 정의와 진리를 배운다. 불빛 하나 없는 망망대해 속에서 길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그분들에게서.

‘허기진 배로 문을 열면 희미한 불빛 아래 / 난파한 배처럼 이리저리 널린 가족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지형도 가파르고, 그 골목은 어둡고 축축하고, 시궁창에서 배어 나오는 퀴퀴한 내음이 가득하다.

돌아보면 모든 동료가 경쟁자인 직장에서, 다매체 언론의 홍수 속에서 싸늘한 눈길이 쏟아지는 비정한 취재현장에서, 혹은 펄펄 끓는 용광로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문을 열면 퀭한 눈의 가족(독자)이 내 손을 바라본다.

‘내가 저 어린 것들의 등대란 말인가 하면서 / 그 곁에 지친 몸을 누이고 등불을 끈다’

아버지는, 가장은 어린 자식들에게 등대다. 특히 기대에 찬 가족의 눈빛에서 자신이 그들의 등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시대의 등대라 하겠다. 비록 그 빛이 밝지 않아 세상을 환히 비추진 못해도 한 가족은 충분히 비춰주는 등대이기 때문이다.

오늘 ‘허기진 배로 문을 열면 희미한 불빛 아래 / 난파한 배처럼 이리저리 널린 가족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대를, 아니 등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민다.

코로나 사태, 경제난 정국으로 국민호가 항로를 잃고 난파 위기인데. 국정 항구의 등대가 안 보인다. 시절은 봄인데 봄이 아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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