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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치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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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치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태백담당>
  • 승인 2014.02.1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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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권력(權力)의 허무함이다. 40여 년 동안 2인자로 군림하던 그가 이렇게 급작스럽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부자(父子) 간에도 나누지 못하는 것이 권력’이라는 무자비한 권력의 속성을 고려하면 머리가 끄덕여지는 일이기도 하다. 권력의 또 다른 속성에 대해 어느 재벌은 이같이 정의한 바 있다.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 권력자 눈 밖에 났다가 끝내 공중분해가 된 재벌, 권력자와 인연을 맺어 급성장한 재벌이 여럿 떠오르는 것을 보면 틀리지 않은 말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가까이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움), 무소불위, 양날의 칼 등 권력이 지닌 속성이 여럿이지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권력은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줄을 잇겠지만 선거에 나섰다 떨어지거나 불출마해 단체장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는 입장에서 섭섭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권력의 속성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마음 상할 일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체장에 오를 이들은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취하기보단 먼저 권력의 속성부터 깨달아야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놓아야 하는 자리임을 명심하라는 말이다. 이를 머릿속에 심어둔다면 분명히 사고(思考)와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권력을 차지하거나 내려놓은 이들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 두 작품이 있다. 먼저 고은 시인의 ‘그 꽃’으로 매우 짧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마음을 비워야만 세상사가 보인다는 뜻이다. 추운 겨울이 온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는 ‘논어’(論語)의 한 구절과 일맥상통한다. 또 하나의 시는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 중 한 구절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감방에 가는 정치인들이 자주 입에 올려 그 의미가 바래기도 했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놓아야 하는 권력의 속성을 간파한 절창(絶唱)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 군수 출마 후보자들이 난립하며 정당공천제 유지·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지역에선 ‘소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엄청난 파워를 가졌기 때문이다. 먼저 인사권을 갖고 있다. 공무원의 승진·부서배치·임용·징계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위원을 모두 단체장이 임명한다. 그 어떤 공무원도 단체장 앞에서는 입바른 소리를 함부로 못하게 돼 있는 구조다. 단체장이 3선 임기를 다 채우게 될 경우 한 번 눈밖에 난 공무원은 자칫 12년간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예산편성도 한다. 도로를 어디에 새로 개설하고 포장할지, 공원과 체육시설은 어떤 위치에 지을지를 기초단체장이 최종 결정한다. 생활과 밀접한 인·허가도 거의 단체장의 몫이다. 각종 건축과 음식점 및 유흥업소 개업을 기초단체장이 허가하고, 불법주차 단속권도 갖고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기초단체장은 온갖 유혹에 휩싸이기 쉽다. 민선5기에만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된 기초단체장이 전국적으로 25명이나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기초단체장에겐 거의 무한정의 합법적 선거운동이 보장된다. 취임하면서부터 각종 행사에서 주민을 만나고 혜아리기조차 많은 사회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 한 번 당선되고 나면 재선이나 3선을 쉽게 할 수 있는 유리한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다. 특히 관운이 좋으면 이를 발판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다. 서울 여의도엔 기초단체장 출신 국회의원이 많다. 이러한 기초단체장에 대해 제18대 대선이 종반으로 치달을 무렵 새누리당이 정당공천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난 2012년 12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정치쇄신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당선된 박 대통령은 정당 공천제 폐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없고,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진척이 없는 가운데 후보자들이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줄서기가 한창이다.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지방권력마저 장악하려고 한다며 일부 후보자들의 반발도 커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세와 능력을 갖춘 인물을 택해야 한다.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를 면밀히 따지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에서 물러나는 이들은 권력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큰 허물 없이 임기를 마친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이겨 단체장에 오른 이들은 권력은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한 도구란 인식부터 마음에 새겨야 한다. 권력만 좇다 불에 타 죽는 불나방이 될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지역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잘 활용해 칭찬을 받을 것인가. 권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가 단체장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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