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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먼지만 날리는 경주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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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먼지만 날리는 경주 석굴암
  • 한상규 충남서북부취재본부장
  • 승인 2014.02.26 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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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기 공사장처럼 보이는 곳이 석굴암이야? 글쎄 그런가 보다, 일단 올라가 보자… 지난 주 일요일 봄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경주 석굴암을 찾았다는 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와 아버지의 대화 내용이다.

필자도 이날 아내와 함께 포항의 모 사회단체의 초청을 받아 회의진행법 강좌를 마친 뒤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았다.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자락, 해발 565m에 자리잡고 있는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10년, 당시 재상인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서기 735년에 세운 것이다.

석굴암에는 본존불을 포함해 모두 40개의 불상이 있었는데 제일 앞에 있는 좌우 첫 번째 감실 두 개의 불상이 일본인들에 의해 반출됐기 때문에 현재 석굴암에 안치돼 있는 불상의 수는 총 38구다. 

중앙의 본존불은 높이가 3.4m에 이르며 대좌까지 합쳐 5m나 되는 큰 불상으로 신체의 비례가 알맞고 각 부분이 부드럽고 세련된 솜씨로 조각돼 있어 서기 751년 신라 경덕왕 때 창건해 774년 혜공왕 때 완공된 석굴암은 그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아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며 공식문화재 명칭은 ‘석굴암석굴’이다. 

이런 ‘석굴암석굴’을 다시보기 위해 찾았으나 진입도로 입구부터 매표소까지 길이 막혀 1시간 정도 시간을 소비한 뒤 겨우 입장 할 정도로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진입로는 혼잡했다.

뒤돌아갈까 하다 필자는 그래도 학창시절인 40여 년 전 수학여행 때 처음 봤을 때를 어렴풋이 상상하며 오랜만에 찾아오는 곳이기에 그냥 관람하기로 마음먹고 입장료 4000원을 주고 매표를 했다. 

‘석굴암 석굴’을 다시 한 번 볼 것이라는 기대심을 갖고 20여 분을 걸어가 석굴암을 찾았으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석굴암과 석굴’은 어디에도 없고 ‘공사 중’이라는 표시판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보수공사를 위해 쳐 놓은 비좁은 파이프자재와 목재 틈 사이 출입구로 들어가다 먼 발취에서 공사 중인 유리관 사이로 희미하게 앉아있는 부처님상 하나 구경하고 나오는 것이 전부다. 

입장권에 명시된 문구에는 ‘석굴암의 조각들은 심오한 믿음과 우아한 솜씨가 조화된 통일신라시대의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한국불교예술의 대표작’이라고 기록돼 있다.

필자가 불심이 약해서 일까, 아니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 모두가 심오한 믿음이 약해서 일까? 보이는 것은 거칠고 위험천만한 공사장 자재들 뿐 이런 공사현장 속에 들어난 석굴암을 어렴풋이 본 관람객들은 감탄사는커녕 고개를 저으며 불만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일이 잘못된 뒤에는 후회하고 손을 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관람료를 지불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24호인 석굴암 석굴을 관람하고자 이곳을 찾았지, 위험을 무릅쓰고 공사현장을 감독하거나 구경하러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공사를 하려면 당연히 매표소에서 공사 중임을 안내한 뒤 석굴암 관람은 통제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한 뒤 “이는 국제적 망신은 물론 돈이 아깝다”고 말했다. 

불과 몇 일 전 인근지역인 경주 마우나 리조트에서 부실공사로 인한 체육관 붕괴사고로 1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설 건물설치와 보호각 해체보수가 한창 진행중인 석굴암 석굴보호각 보수공사현장, 출입통제는커녕 안전관리자도 전혀 배치하지 않은 채 돈벌이 수단으로 하루 수만 명씩 입장시키고 있는 불교계나 공사 시행청인 경주시의 안전 불감증 행태를 볼 때 참으로 한심스럽다. 

오직 부모를 위해 이 석굴암을 세웠다는 신라 재상 김대성은 병들어 가는 석굴암을 바라보며 다 치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부 후손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이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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