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길원 칼럼 -대한민국의 적은 물고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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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칼럼 -대한민국의 적은 물고기인가
  • 대기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4.11.2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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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내부의 적이다.”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어처구니없게도 물고기가 대한민국의 적이 되고 말았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3500톤급 최첨단 수상 구조함인 통영함의 핵심 장비인 음파탐지기가 어군탐지기로 드러났다. 더구나 방사청은 2억원대인 음파탐지기를 특정 업체로부터 41억원에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분노할 힘마저 없다. 어디에서부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국민들은 황망할 뿐이다.군사용 음파탐지기 대신 어군탐지기를 납품한 군수업체 헤켄코는 당초 통영함과 소해함에 660여억원 규모의 음파탐지기 MS3850, 5대를 납품키로 했다. 하지만 해당 장비가 요구 성능을 총족치 못하자 해군은 통영함 인수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채 조선소에 정박중이던 통영함과 관련해 군과 방사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 무렵에 헤켄코가 방사청의 허가를 받아 통영함에 상용 어군탐지기인 SH90을 탑재한 것이다.SH90을 제작사는 누리집에서 SH90이 참치떼 등을 쫓는 어군탐지기(Fish finding sonar)라고 소개하고 있다.방사청 지휘아래 어군탐지기가 군함인 통영함에 장착된 것도 모자라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가 41억원에 납품된 사연이다.어군탐지기로 적을 제압하겠다는 것인가. 어군탐지기는 선박의 아래쪽 관측이 용이한 특성으로 군용과는 기능이 같을 수가 없다. 광범위한 측면이나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등을 탐지가 우선적으로 중요한 군용 음파탐지기보다 탐지 범위가 좁고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런 비리로 인해 통영함은 최신함이 아니라 고물로 둔갑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라의 안전을 위한 통영함 건조 사업이 비리로 얼룩지고 나라의 안전은 더욱 위험해졌으니 말이다.이런게 이적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군용대신 어선용 음파탐지기를 군함에 장착한 것은 국민의 목숨을 팔아 적을 이롭게 한 반국가 행위에 다름아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내부의 적이다.기밀이 강조되는 군 사업의 특성상 통영함 비리 말고도 군 지휘부가 알면서도 쉬쉬하거나 발각되지 않고 넘어가는 사업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나마 통영함 비리가 물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2012년 진수 당시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는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음파탐지기에 문제가 있다며 인수를 거부한데다 세월호 침몰 때 구조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불행히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이러한 심정이 결코 근거 없는 억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9000억원을 들인 구축함 율곡이이함은 바닷물 유입을 막는 마개가 없어 적 기뢰를 속이는 기만탄 다수가 부식되어 어뢰방어 능력을 잃고, 대공 발컨포는 야간 조준사격이 불가능해서 밤중에 넘어오는 저공침투용 AN-2에는 무용지물이라고 한다.고속정과 호위함의 레이더가 6개월간 80여 차례나 고장 났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육군의 K-2전차, K-21장갑차 사업의 부실도 지적되고 있는가 하면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 K-11 복합소총은 오작동의 문제를 안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방과 관련한 비리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국민들은 불안과 함께 정말이지 세금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뒤늦게 정부가 방위산업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검사 18명을 중심으로 사정기관 뿐만아니라 금융감독원까지 동원한 단군이래 최대 규모다.기대를 해야 하겠지만 합동수사단이 혹시나 영관급 장교 몇 명 잡아들이는 것으로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런지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방위사업 비리의 ‘큰손’은 미국 군수업체들이고 그들의 한국 쪽 파트너는 정권실세나 고위 장성일 수밖에 없어 더 그렇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서 비행기나 군함 등의 대형 무기는 아예 수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한다. 더구나 미국과의 사법 공조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을 뿐만아니라 삼성이나 현대 등 국내 재벌 계열의 방위산업체도 수사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국내 중소규모의 산업체가 주요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잡는 수사’를 우려한 이유다.때마침 지난 23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그리고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청와대까지 들먹이며 핵전쟁의 겁박을 해왔다.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겹치고 있다.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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