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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 서길원 칼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종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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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 서길원 칼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종북’이라고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5.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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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정부가 억지논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한 것은 국민적 갈등을 키워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저급한 심사로 밖에 볼 수 없다.”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을 합창으로만 부를 뿐, 제창으로 부를 수 없도록 함으로써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올해도 결국 두 쪽으로 갈라져 파행으로 치러졌다.

5.18 유족과 회원들이 정부 주관 기념식에 대거 불참하고 별도의 자체 기념식을 치르면서 행사의 의미가 퇴색했다.지난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5.18 35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을 때, 같은 시각 시민군 투쟁 장소인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는 5.18 유족과 시민사회 등의 주최로 별도 기념식이 열렸다.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후대들이 마땅히 기억하게하고 피흘린 열사의 정신을 전승하여 기념해야 할 5.18기념식 마저 반쪽으로 갈라져 우리 사회 갈등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임을 위한 행진곡’은 계엄군에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로서 1982년 백기완씨가 쓴 시를 바탕으로 황석영이 작사를 김종률씨가 작곡했다.

5.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5.18의 대표적 노래로 불려왔고 이후 민주화 시위 등 시위현장에서 빠뜨리지 않고 불리며 민주를 향한 염원의 상징이 되다 시피 했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지난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까지 10년 넘게 기념식에서 제창되면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6월에는 여야 국회의원 162명이 찬성하여 아예 5.18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결의까지 한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념곡 지정은 커녕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 것 마저 막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느닷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거부하면서 노래에 ‘종북’의 색깔을 입혔다.“‘임을 위한 행진곡’이 1991년 황석영.리춘구(북한작가)가 공동 집필해서 제작한 북한의 5.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특히 작사자의 행적 때문에 제창을 할 경우 또다른 논란발생으로 국민 통합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는 것이 보훈처의 이유 아닌 이유다.보훈처의 이유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치졸하며 궁색한 변명으로 국가사무를 처리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이 노래는 황석영이 북한을 방문했던 1989년보다는 7년 전에, 북한의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가 제작됐던 1991년 보다는 10년 전에 만들어져 불린 노래다.

현 정부가 떠받들고 있는 ‘새마을 노래’도 만약 북한에서 부른다면 금지곡으로 지정할 것인가 묻고 싶다. 차라리 “5.16 쿠데타에 현 정부의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5.18 민주화 운동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다면 논리라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이유를 댈려면, 논리를 만들려면 국민들이 최소한의 수긍이 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의 딱지를 붙여 제창을 못하게 하는 보훈처의 변명은 치사함이자 웃음거리 그 자체다.그러면서도 보훈처는 이번 5.18 35주년 기념식의 슬로건을 ‘5.18 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 통일로’라고 내걸었다. 국민 기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가 억지논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한 것은 국민적 갈등을 키워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저급한 심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날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단에 맞춰 큰 목소리로 제창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조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북에서 악용했다고 해서 우리가 못 부른다는 건 말이 안된다. 과거 제가 민주화 쟁할 때 하루 10번 넘게 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가사 어디에도 종북 내용은 없다”면서 “우리가 민주화 투쟁할 때 주제가였다”고 강조할 정도였다.민주화 투쟁하면서 하루에 10번 이상 이 노래를 불렀는가하면 5.18기념식에서 정부방침을 어기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김무성 대표도 ‘종북’인가?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이 ‘종북세력’이라는 억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이라는 억지는 등가일 수밖에 없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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