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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항의 리더십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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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항의 리더십을 부탁해'
  • 성민규 지방부차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4.2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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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지상파를 통해 방영됐다.이날 방송에서는 27년만에 아시안컴 준우승을 가능케 한 슈틸리케 리더십의 비밀, 대표 선수들이 생각하는 감독의 모습 등이 집중 조명됐다.슈틸리케는 축구 선진국 독일에서 자랐고, 꿈의 무대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레전드로 불렸다.축구 선수로서의 삶을 훌륭하게 마친 뒤에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감독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하지만 희귀병을 앓던 막내아들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자 2008년 아프리카 내이션스컵 개막을 앞두고 디디에 드록바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우승후보팀 감독직에서 물러나 가족 곁으로 돌아갔다. 결국 막내아들은 슈틸리케 부부의 품을 떠났다.그럼에도 슈틸리케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자식을 잃었지만 감독으로서는 많은 청년들과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주변 사람들이 슈틸리케를 보면 '배려'와 '비전'이 느껴진다고 한다. 결코 강압적으로 팀을 이끌지 않고 외국인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마음을 먼저 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또 자신의 목표를 선수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고, 선수들이 경기 중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열린 지도자'이기도 하다.아시안컵 결승에서 골키퍼 바로 앞에 위치한 수비수 곽태휘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위치를 바꿔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손흥민에게 패스해 동점골을 넣은 장면도 감독의 지시가 아닌 선수가 원해서 이뤄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아시안컵 결승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가슴 속 깊이 우러나 할 말이 있다'며 양복 상의에서 쪽찌를 꺼낸 슈틸리케 감독.그는 쪽지에 적힌 한국어 문장을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이는 그 동안 침체돼 있던 우리나라 축구를 다시 일으키고 2014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을 희망으로 바꾼 진정한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를 따르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 같이 가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것이 슈틸리케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그의 리더십은 신뢰를 바탕으로 믿음을 준다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자료보다는 자신의 눈을 더 믿고, 자신이 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강건함.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를 끝까지 이뤄내는 뚝심. 이것들이 슈틸리케 리더십의 비밀이었던 것이다.현재 포항지역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희비가 교차했던 국가대표팀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KTX개통 등의 호재와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 장기화로 지역경지 침체 등의 악재가 혼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때일수록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 기업, 경제사회단체 등 이른바 '여론 주도층'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포항의 여론 주도층들에게는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로 앞다퉈 자신의 치적 알리기에만 급급하고, 서민들의 민생고 문제 해결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KTX개통에 앞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지역 정치인들은 개통 직후 모습을 감춰버렸고 포항시가 뒤늦게 관계기관 회의를 하며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혈세 낭비', '거짓일정' 논란을 뒤로 한 채 북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포항시의회 의원들도 도마에 올랐다. 위기를 이겨내고 반등에 성공해야 할 시기에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하기는 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는 형국이다. 이제는 번지르르한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 지도자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그 만큼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리더십의 부재로 호흡곤란에 빠진 포항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줄 '포항의 슈틸리케'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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