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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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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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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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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의 핵심 일정인 중국군 열병식도 참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가 20일 전승절 행사 참석을 포함한 박 대통령의 다음 달 2∼4일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열병식 참관 문제는 미정이라고 밝혔지만 "전승절 행사에 가면서 열병식에는 안갈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정부 안팎에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열병식은 참관하지 않고, 열병식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리셉션 등의 행사에 참석한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라는 인식인 셈이다.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서 열병식에는 빠진다면 한중관계를 고려해 힘들여 방중을 결정한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중국의 희망대로 열병식까지 참석하는 것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서부전선 포격 도발 등 북한의 최근 잇따른 도발을 비롯해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진전된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나아가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이 열병식에 외국 정상을 처음으로 초청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열병식 참관을 하면 우리 정상의 첫 참관이라는 의미를 갖는 점도 한중 정상간 밀도 있는 협의를 전망케 하는 부분이다. 국내 여론도 열병식 참관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행사 참관 여부에 대해 찬성이 39.5%, 반대가 32.7%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참관 의견이 더 우세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핵실험 강행과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중 관계가 소원한 상태이긴 하지만,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인 북한이 외교무대에서 의탁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북한 입장에서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북핵 해결 등 한반도 안보를 위해서도 우리가 중국과의 협력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들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고고도미사일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교환하자는 주장도 여기서 나왔다. 한미 안보동맹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중국과의 경제교류도 잘하자는 이 말은 언뜻 보면 우리가 나아갈 바람직한 외교 방향인 것처럼 보인다. 말 그대로만 된다면야 한국 외교는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더욱이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과 군사력 증강은 한미일 안보 동맹 내에서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지난 8·14 아베 담화에서 보았듯이 현 일본 집권세력은 주변국, 특히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는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선회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결정은 현 외교적 난국을 단순 방정식이 아닌 고차 방정식으로 이해하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나아가 말뿐이 아닌 균형외교의 실천적 전범(典範)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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