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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주화의 큰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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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주화의 큰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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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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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했다. 향년 88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0시 22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이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오께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입원했으며, 상태가 악화돼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오 원장은 설명했다. 서거 당시 김 전 대통령 옆에는 차남 현철씨 등 가족이 자리해 임종했으나 부인 손명순 여사는 곁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김 전 대통령은 올해 88세로, 고령인 데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종종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왔으며, 그때마다 며칠씩 입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일 입원하기 전에도 이달 10일 검진 차 병원을 찾아 17일까지 입원한 뒤 퇴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국 현대정치를 양분해 이끌어왔던 김대중·김영삼으로 상징되는 '양김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의 공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재임 초기 90%를 넘는 지지율을 발판 삼아 군 내 정치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해 군의 정치 개입을 차단했고, 부정한 자금의 흐름을 막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으며, 공직자 재산공개로 맑은 정치 구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자신의 대권가도를 도왔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법정에 세움으로써 군부 정치의 잔재를 털어내고 민주주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 일제의 흔적 청산에도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경제를 잘 못 이끌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부른 것은 그에 대한 평가에서 지울 수 없는 그늘이 되었다. 기업의 고비용과 저효율 구조, 방만한 차입경영과 노사 분규, 섣부른 금융·외환 자유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터진 외환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어진 대기업 부도사태와 금융 붕괴, 대규모 실업은 국민의 자존심과 생활에 엄청난 타격이 됐고,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충격과 변화를 몰고 왔다. 민주화와 투쟁·대결, 영·호남 정치를 상징하는 양 김 역사의 종언은 우리 정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승만은 나라를 세웠고, 박정희는 경제를 일궈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으며, 양 김은 탄압의 가시밭길을 뚫고 '민주화'를 우리 역사에 선사했다. 이 시대의 정치인은 역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일본의 우경화,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두고 벌어지는 외교·안보의 딜레마도 문제이지만, 경제가 심각하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고,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청년 실업은 국가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됐다. 위기를 관리하려면 국민적 단합과 정치권의 대화·타협이 절실하지만, 우리 정치는 진영논리에 갇혀 대립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인생의 지표로 삼았다. "분노와 저항의 시대도, 투쟁이 영웅시되던 시대도 갔다"고도 했다.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 정치권이 당리당략의 작은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역사를 바라보는 큰 정치를 선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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