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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다산의 역사메시지 '霞帔帖(하피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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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다산의 역사메시지 '霞帔帖(하피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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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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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한강을 의미하는 열수(洌水)라는 호를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22세에 과거에 장원 합격했습니다. 혁신군주 정조(1752~1800)는 10살 동생뻘인 정약용을 중용했습니다. 다산은 정조를 보좌하면서 한강에 배 다리를 건설하고 1793년 31세 나이에 화성을 설계했습니다. 현재의 경기도청이 자리한 수원 팔달산에 화성을 축성하는 공사를 총괄했습니다. 화성행궁은 정조혁신의 유산입니다. 

다산은 평생동안 500권을 집필했습니다. 이중 ‘일표이서’라 불리는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를 통해 군주권의 절대성과 우월성을 내용으로 하는 왕권강화론을 제시했습니다. 1800년 승하하신 정조대왕, 1801년에 강진으로 귀양가 정치권에서 밀려난 다산=열수 정약용 암행어사. 두 분에게 10년 정도 왕과 신하로서 조선시대에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조선 후기의 발전은 물론 현대 역사에도 크나큰 발전적 변화와 긍정적 혁신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산은 18년간 귀양생활을 합니다.

하피첩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귀양생활을 하면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2첩 발췌] '병든 아내가 치마를 보내 천 리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부쳤는데 오랜 세월 홍색이 이미 바랜 것을 보니 서글피 노쇠했다는 생각이 드네. 잘라서 작은 서첩을 만들어 그나마 아들들을 타이르는 글귀를 쓰니 어머니 아버지 생각하며 평생 가슴속에 새기기를 기대하노라. 가경 경오년(1810) 9월 다산의 동암에서 쓰다.

[3첩발췌] ‘내가 너희에게 바라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너희가 온 마음을 기울여 내 글을 연구하여 그 깊은 뜻에 통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고생스러워도 고민이 없을 것이다. 재물을 저장만 해두는 것보다 남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 낫다. 도둑에게 털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불에 탈 염려도 없다. 소나 말로 운반하는 수고도 없이 사후에까지 갈 수 있고 아름다운 명예가 천년토록 전해진다.’ 

이 편지들은 남양주 생가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다가 을축 대홍수 수몰상황에서 종손이 지켜내고, 6·25 전쟁 중 분실됐다가 2005년 수원에서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의 손수레 위에서 사라지기 하루 전에 발견됐습니다. 다음날 폐휴지 더미에 던져 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2015년 경매에서 7억 5천만 원을 적어낸 국립민속박물관에 낙찰됩니다. 경기도 실학박물관 7억, 강진군 4억 5천만 원순. 낙찰액에 동그라미 3개를 더 붙이고 싶습니다.

이제 다산의 생애와 역사가 있는 남양주시에서 다산의 하피첩을 이어가야 합니다. 하피첩이 쓰여진 다산초당을 관리하는 강진군과 함께 남양주시와 경기도가 나서야 합니다. 잃어버린 4첩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알 것 같은데 글로 쓰이지 않습니다. 남양주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한시 백일장을 열어야 합니다. 비어 있는 하피첩 네 번째 글의 자리를 원로들의 지혜를 얻어 애국심과 효심으로 가득 채워주기를 바랍니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200년후 우리 후손들 모두에게 전하는 역사의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하피첩(霞帔帖, 2010년 10월에 보물 1683-2호로 지정)은 다산이 우리에게 보내준 여러 개의 역사 메시지 중 하나인 것입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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