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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과도한 의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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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과도한 의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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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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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대한민국에서 의전을 모르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 공직사회에서 膾炙(회자)됩니다. 우리는 의전을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느 행사장에서 흔히 ' KBS 열린 음악회 의자'라 불리는 백조다리 둥근 의자를 잡고 대통령 자리에 가까운 한 칸을 옮기기 위해 싸우는 보좌관과 그것을 막는 청와대 의전팀의 몸싸움을 보면서 의전 당사자인 도지사께서는 이 의자가 보좌관의 치열한 몸싸움으로 차지한 것임을 알고 있을까 상상해 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비밀로 간직하고 있지만 15년전 쯤에 어느 행사장에서 자신의 자리 위치에 불만족하다며 지역단위 기관장 2명이 행사 시작전에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 기관의 의전담당은 질책을 받았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인 1980년대 초에는 도청 참모급 기관장이 도 행사장에서 행사주관 간부 앞으로 명패를 내던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의전서열에 맞지않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경기도청에 과장급의 의전담당관이 있었고 지금도 총무과에는 의전팀이 있습니다. 행사장마다 의전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회의실과 체육관은 전투가 발생하는 아픈 전쟁터입니다.

시군청의 경우 의전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동시 지방선거의 출마예정자이고 요즘에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이며 유권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아예 행사에 참석한 기관장 명단을 프랑카드로 내걸기도 하고 행사장 화면에 PPT로 뿌려 줍니다. 행사주관 시장, 의장, 교육장, 의원만 소개하기도 합니다. 경기북부에서 열린 행사장에서는 15분 동안 시장께서 소개하시는 기관단체장 명단을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시군 단위에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구나 실감했습니다. 요즘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취소되고 연기되어 의전팀은 잠시 쉬는 시간이겠습니다.

1970년대 미군들이 주둔한 시군 행사장에서는 시장&군수보다 읍장과 면장이 대우를 받았습니다. 관선 군수시절에 미군측 의전팀은 원스타(★)미군 지휘관과 읍장을 앞자리 대형 소파에 배치하고 군수는 뒷자리 접의자를 내준다는 것입니다. 읍사무소와 군청의 의전팀 책임자들이 군수님 자리를 앞으로 바꾸자 통사정을 해도 미군측에서는 동의하지 않아 곤혹을 치르곤 했습니다.

우리 행사장이나 미군이 주관한 경우나 인사말과 축사의 순서가 참 중요하한가 봅니다. 게그프로에 산적 부인이 하는 말에 '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라는 대목이 있는데 정말로 순서가 중요하답니다. 물론 바둑에서의 手順(수순)은 정말 중요합니다. 회돌이로 상대말을 잡으려면 1점을 버리는 수순을 잘 지켜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보다 먼저 인사말을 하고, 한 줄 앞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명패를 던지고 행사장을 박차고 나갈 만큼 위중한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미국에서는 카터 대통령에게 '퇴임 후에 더 잘한 대통령'이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재임 중에 국내외적 잇슈가 많았고 이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퇴임 이후 해비타트(Habitat)운동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의 뜨거운 충돌의 현장에 나가서 긴장을 풀어주는 감초역을 잘 했습니다. 그래서 불쑥 우리나라 대통령이 재임기간을 서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만 이미 역사로 기록된 일이니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시적인 상상력으로 마감해 두었습니다.

이제 행사장에서 순서를 정하는 의전이 그리도 중하다하니 이를 많은 사람들의 토론과 논의를 거쳐서 우리나라 표준말 기준을 정하듯, 정부조직법에 의거 드라마 '지정생존자'에서 환경부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듯이 '행사장 좌석배치법'을 제정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 법안에서 뜨거운 설렁탕, 갈비탕, 삼계탕을 서빙하는 종업원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인정해서, 마음대로 음식 서빙 순서를 정하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서무 담당자가 요리조리 과장님, 계장님의 펄펄 끓는 갈비탕 받는 순서 정해주는 과한 의전을 행하다가 국물그릇이 뒤집어지면 의전은 실패하고 식사는 중단되며 반대편 자리의 누군가는 火傷(화상)을 입게 될 것을 걱정합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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