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함께 읽는 詩 8] 웃자, 웃어야 복이 온다 하지 않는가
상태바
[함께 읽는 詩 8] 웃자, 웃어야 복이 온다 하지 않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4.01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현종 시인(1939년생) : 서울 출신으로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2005년지 연세대 교수로 봉직하다 정년퇴직.
 
<함께 읽기> 이 시를 이해하려면 ‘덤벙덤벙’이란 말의 뜻을 먼저 알아야 하겠다. ‘들떠 아무 일에나 함부로 서둘러 뛰어드는 모양’이란 뜻이다.

그러니 ‘덤벙덤벙 웃는다’고 하면 어떤 일에 함부로 나서다 실수를 해도 그저 웃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누군가 울어보라고 할 때와 웃어보라고 할 때, 어느 쪽이 더 쉬울까? 평범한 사람들은 둘 다 어렵다고 하는데, 연기를 하는 전문인들은 웃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웃는 게 더 쉬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음은, 우는 연기는 아주 슬펐던 순간을 떠올리며 일단 눈물만 빼면 성공이나 웃는 연기는 웬만큼 잘해도 가식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란다.

“파도는 가슴에서 일어나 / 바다로 간다” 원인 없이 바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연기자 아니면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라야 가능하다. 물론 그 웃음은 가식일 테지만 밖으로 웃음을 표현하려면 먼저 가슴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즉 웃음의 씨앗은 가슴에서 자라 바다로(눈으로, 입으로, 말로) 향해야 한다.

“여기선 몸과 마음이 멀지 않다 / 서로 의논이 잘 된다” 큰 소리로 터놓고 마음껏 웃으려면 몸과 마음이 서로 통해야 한다. 한쪽만 웃는다면 참된 웃음이 아니다는 뜻이라 하겠다.

요즘 들어 덤벙덤벙 웃어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오히려 짜증 내며 지낸 적이 더 많았다. 웃어도 고작 눈가나 입가에 살짝 맺힐 뿐, 귀에 걸린 적이 별로 없었다.

“고통의 뺄셈 / 즐거움의 덧셈” 참 오랫동안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표현이다. 고통은 뺄셈으로 계산하고 즐거움은 덧셈으로 계산할 수만 있다면 늘 웃으며 지낼 수 있겠다. 고통은 줄이고, 즐거움을 늘이는 삶. 생각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물불 가리지 않는 육체의 가락에 / 자연의 귀도 법도 어우러진다” 마음이 움직이면 몸은 절로 흥이나 한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어진다. 자연스럽게 절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 그것이 꼭 필요한 시기다. “슬픔 없는 낙천이 없어 / 덤벙덤벙 웃는다” 각박한 세상살이에다 더 보태 초유의 40여개의 당이 우후죽순 생겨나 국민을 조롱하듯 헷갈리게 하는 4·15 총선 전, 거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웃음을 훔쳐가고 있다. 하지만 바보 소리 들어도 크게 웃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시인은 이 시에서 “가식 없이 웃어라”, “계산 없이 웃어라”, “근심 없이 웃어라”, “허파에 바람 든 듯이 웃어라”, “아니 웃을 일을 만들어라” 이 점을 우리에게 강조하고자 함이 아닐까 한다. 작금 세상사 우울하지만 웃자. 웃어야 복이 온다 하지 않는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