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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코로나19가 우리 농업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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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코로나19가 우리 농업에 주는 교훈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04.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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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중단되면서 전 세계가 식량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없으면 2020년 말까지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 2억 65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그룹 산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식량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을 국가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중동지역 등을 꼽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곡물 수출제한에 나서는 국가가 늘고 있다. 베트남이 지난 3월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고 캄보디아도 4월 5일부터 쌀 수출을 차단했다. 태국은 계란 수출을 금지했고, 러시아는 모든 곡물 수출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카자흐스탄 등 다른 나라들도 잇따라 수출 제한에 가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과 신선 채소, 일부 과일을 제외하고는 수급부족과 가격문제로 많은 농산물을 중국, 미국 등지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도 많다. 각국이 자국민 우선주의로 돌아서면 식량의 국제 공조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등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온 우리 농업이 이제는 맞춤생산, 안정유통, 신뢰소비, 적정순환의 유통체계를 재정비 구축할 때다. 이렇게 봤을 때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최근 우리 사회가 주목하는 ‘로컬푸드(local food)’라고 할 수 있다.

로컬푸드 유통은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공급시스템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물리적·사회적·심리적 거리를 줄여 상호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한 소통과 협력의 소비체계다. 운송거리의 단축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감소시켜 국민건강보호, 환경과 생태를 배려한다. 세계적 유통망의 붕괴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시켜주는 수단이 된다.

이런 로컬푸드의 모범사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발표한 농산물꾸러미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 사업은 학생들의 개학이 연기되어 학교 급식에 썼어야 할 친환경 농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각 학생의 가정으로 배송하는 사업이다. 경기, 서울, 광주, 대전, 충북, 전북, 전남, 경남 등 전국 8개 시·도의 초·중·고 학생 364만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학생 1인당 3만 원 가량의 꾸러미를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1차 지원 대상인 364만 명에게 총 1천93억 원의 농산물이 공급될 것이다. 앞으로 전국 546만 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면 1회 공급당 1천639억 원의 농산물이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그 지역의 농산물을 자체 소화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의 로컬푸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경기도는 비대면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로 수원, 안양, 여주신륵사. 파주임진각 등 대도시와 관광지 등지에서 농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문화로 확산되면서 좋은 성과를 빛내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에서는 53개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1만1278농가가 참여해 1374억 원(2019년)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국 최고의 농업유통의 비지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식량대란 경고가 이번 한 번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동안 홀대받았던 우리나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경종이 돼야 한다. 식량위기는 식량의 절대 부족이 아니라 유통이 막히는 데서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발(發) ‘탈세계화’ 에 대응하는 ‘로컬’ 농업을 육성하고 합리적·경제적 유통에 전력해야한다. 농업의 혁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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