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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꽃의 예찬, 꽃 속에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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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꽃의 예찬, 꽃 속에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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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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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꽃은 아름다움이며, 사랑이며, 영광이다.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 하지만 심청의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심청은 고운 연꽃에 실려 다시 태어나 왕비가 되었다.

심봉사는 꿈에도 그리던 딸을 만나 번쩍 눈을 뜨게 된다. 아버지를 향한 심청의 지극한 마음이 절망의 세상을 구원하는 순간이다. 이렇듯 꽃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태어나 달라는 애틋한 기원이 담겨 있다.

꽃은 영광이며 축복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리브(olive)·솔(pine)·월계수(laurel)·종려나무(Lady palm) 등 푸른 잎으로 만든 화환(花環)을 올림피아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 수여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경기에서 1등한 손기정 선수도 시상대에서 영광의 월계관을 쓰고, 월계수 꽃다발을 받았다. 로마에서는 문관과 개선하는 전사들에게 영예의 증표로 월계관이 주어졌다. 유럽의 젊은 연인들은 애인 집 문간에 애정의 표시로 화환을 걸었다. 북유럽·미국·캐나다 등지에서는 전나무·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열매로 성탄절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축복을 기원했다.

우리 민족도 꽃을 사랑하고 가까이 했다. 7세기경 ‘신라시대에 궁정 뜰에 아름다운 꽃과 풀을 가꾸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다. 삼국시대 고구려 고분 무용총(舞踊塚)·연화총(蓮花塚) 등 벽화에서 인동당초(忍冬唐草)·연꽃·나무·풀 등을 볼 수 있다. 백제 고분 무령왕릉(武寧王陵)의 출토 유물에서는 연꽃·배꽃·패랭이꽃·마름·풀잎·물풀·수련 등 화훼화(花卉畵)를 볼 수 있다.

시와 시조, 수필에는 꽃을 주제로 수천 편이 넘는 작품이 있다. 김광섭의 꽃, 박목월의 박꽃, 윤동주의 코스모스, 한용운의 꽃이 먼저 알아, 정지용의 난초, 조지훈의 민들레꽃, 김소월의 산유화(山有花) 등 꽃 만 보면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시와 시조가 됐다.

꽃들은 갖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유진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들국화를 장포수 아버지의 묘에 받치는 장면이 있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다. 흰 국화는 ‘감사와 진실’ 이라는 뜻을 가지며, 고인에게 그간 감사했다는 마음을 정중히 전하는 꽃이다.

무궁화는 ‘일편단심, 영원’하다는 뜻으로 애국심이 깃든 대한민국의 국화이다. 동백꽃과 진달래는 ‘사랑의 기쁨, 겸손한 마음’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제비꽃은 ‘진실한 사랑’ 나를 생각해주세요. 이러하듯 꽃만으로 사랑, 행복, 소망, 슬픔 등을 말없이 전할 수 있다. 

삼중고(三重苦)의 승리자 헬렌 켈러(1880∼1968)여사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 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첫날은 나를 가르쳐 준 앤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얼굴을 보겠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과 풀과 빛나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엔 새벽에 먼동이 터 오르는 모습과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보겠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점심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엔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꽃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하며 최고의 영광과 영예, 기쁨을 안겨주었고, 슬픔과 정서, 희망을 달래 온 깊은 유서를 갖고 있다. 꽃이 없는 세상은 꿈과 낭만, 행복이 없는 삶이 될 것이다. 꽃이 있어야 풍성하고 행복이 충만해진다.

최근 코로나19로 졸업과 입학은 물론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우리나라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힘들 때 꽃으로 가족에게, 동료에게 누가됐던 평소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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