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를 위한 ‘소비 진작’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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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를 위한 ‘소비 진작’ 인가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5.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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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려보자. 전국에 코로나19가 퍼진 게 이미 2월이다. 감염 확산을 막고자 회식·모임·외식 등이 줄어들고 개학이 미뤄졌으며 당연히 가장 큰 피해자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꼽혔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휴업에 확진자 발생까지 정말 풍전등화다.

3월 초엔 김경수 도지사가 전 국민 100만원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재명 도지사도 재난기본소득에 힘을 보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100%에 재난긴급생활비 60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이러한 외침에도 1차 추경에선 재난기본소득 혹은 재난긴급생활비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각 지자체는 저마다 지원책을 마련했다.

얼마전 부터 재난지원금 신청과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시장에 단기적으로 경기부흥 효과를 주려는 공적자금이다. 더불어 대형마트나 백화점 이용에 제한을 두서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지닌 돈이다. 이는 지자체 내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공간적 제약’과 수개월 내에 소진하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시간적 제약’을 필연적으로 가진다는 의미다.

곳곳에서 이 제약을 뛰어넘어 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암암리에 현금으로 바꾸려는 현금깡이 그것이다. 최근 서울이나 경기 성남, 대구 등지에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을 액면가의 90% 선에서 매매하고 싶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삭제 됐다. 사용에 있어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받느니 싸게 팔아도 현금화를 하겠다는 의도다.

일부러 지역사랑상품권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재난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지자체 주민들은 신용·체크·선불카드가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택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기한이 발행 후 5년까지로, 적어도 시간적 제약은 덜 받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택한 주민들에게 지급 후 빠른 소비를 독려는 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물가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쓰는 손님들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다. 일찍이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한 경기도에서는 지난달 말 지역 맘카페 등에 ‘두부 한 모에 4500원을 받더라’, ‘부가세 명목으로 10%를 가산하더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현재까지 도내에서 현금화 시도나 추가요금을 요구한 사례가 적발된 경우는 없다. 앞으로도 없길 바란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겪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돈, 특정 계층이나 집단이 아닌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돈, 다소 어긋난 개인적 욕망을 투영시키기엔 너무나 엄중한 돈이기 때문이다.

이미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 시점에 갖는 의문 중 하나는 신용카드가 왜 끼어들게 됐는가다. 현재 재난지원금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신용카드다. 다만, 소비자는 당장 편할지 몰라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를 수수료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상인단체들이 10년 넘게 수수료 인하운동을 벌이고, 수수료를 안 받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만들어졌겠는가. 14조원을 뿌려도 10조원을 신용카드로 신청한다면 800억원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아닌 신용카드사에게 수수료로 돌아간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호한다. 행안부와 어긋나는 지점이다.

결국 재난지원금을 14조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지급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돈을 받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소비활동이 이뤄져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다. 재난지원금은 최종적으로 내수경제의 기반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재난지원금인가. 지금이라도 정책결정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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