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12] 문뜩 어머님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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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2] 문뜩 어머님이 생각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5.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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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시인(1970년생) : 전남 담양 출신으로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함께 읽기> 독자와 함께 시 읽기를 쓰기 위해 이곳저곳 뒤지다 식물과 동물(곤충)에 관한 믿을 수 없는 두 가지 이론을 보았다.

먼저 식물을 보면 사람이 어떤 나무 곁을 지나치다 무심코 그 나뭇잎을 뜯어내면, 그 나무는 다음에 그 사람이 그냥 지나치기만 해도 경련을 일으킨다는 설과. 곤충 가운데 이 시처럼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제법 거리를 둔 뒤 새끼를 건드리면 어미의 몸이 움찔 경련을 일으킨다는 설을,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됐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다만 이 시를 읽었을 때 묘하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 수천 킬로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 한밤에 전화가 왔다” 거미에게만 있는 거미줄이, 자식과 어머니 사이에도 있다는, 곤충이든 사람이든 어미와 자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돼 있다는 詩다.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아마도 이 끈은 어미와 자식 사이에 형성되는 끈 같다. 그래서 어미와 자식 사이 연결된 탯줄을 끊을 때 보이지 않는 탯줄이 또 하나 형성된다고들 한다.

그럼 어머니와 나를 이어주는 무선(또 다른 탯줄)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언제나 나에게로 향한 어머니의 마음(무선)이라 하겠다.

자식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들고 있어 나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달된다는 뜻이다. 문득 이 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한다. 어미와 새끼 사이에 놓인 가늘지만 강한 줄, 어떤 식물은 자식 같은 잎이 잘리기만 해도 잎 자른 사람이 지나가면 바르르 떨고, 거미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새끼에게 손을 대면 역시 경련을 일으킨다는, 식물과 곤충이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하겠다.

오늘 내게 슬픔의 기포가 차오른다면 멀리 있는 당신이 그 무언가로 아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 못 이룰 때 어머님 역시 잠 못 이룬다는 걸 다시 생각게 한다. 이는 이승이든 저승이든 당신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님, 꿈에나마 그 목소리 한번 듣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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