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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4] 친노만이 정말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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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4] 친노만이 정말 문제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01.2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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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더민주에서 뛰어내리면서 “그렇지만 내 잘못도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한다. 친노패권을 들먹이기 전에 자신의 책임을 먼저 통감하고 사과했어야 옳다.-

호남에서 야당의 일당독점 현상이 붕괴되는 것에 대해 현지의 대체적인 여론은 환영쪽에 가깝다. 환영은 긍정의 과정을 넘어서는 적극적 표현의 단계다.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문재인의 더민주당의 지지율은 여론 조사기관과 조사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호남에서 더민주당은 이제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일부조사에서 국민의당이 앞서는데다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게임의 승패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이를 반증한다. ‘침몰하는 배에는 쥐가 없다’고 하듯 지금 더민주당의 모습이 그러하다. 그동안 대표직 지키기에 혼신(?)을 다해온 문재인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호남민심 이탈에 사과하고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시일안에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민심 이반에 대한 때늦은 다급함을 토했다.  
쥐는 배가 침몰할 것 같으면 배에서 미리 내리는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다. 그러하듯 민심의 흐름에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더민주당이라는 배에서 뛰어내리고 있는 중이다.

호남의 민심이 이처럼 더민주당에서 돌아선 것은 일당독점의 오만함과 무능에 진저리를 쳐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력유지에 대한 의지만 있을 뿐 여당을 견제하고 나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잃어버린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이 더민주를 더버린 이유이기도하다.
광주.전남지역의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좋은 직장을 다니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일뿐이었다. 그동안 호남인들 눈에 연봉은 높고 권세는 많으면서도 편한 일터의 집단이 국회의원들이었다.

한국 정치의 한 축이었던 호남정치가 실종되고 국정은 지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돌아가는데도 그저 잘난 체 하는 못난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 잘남도 기껏해야 ‘왕년에 나 장관했던 사람이야!’라거나 ‘나 2선,3선의 국회의원이야!’하는 것이다.
‘왕년에 장관했으면’ 서민들의 삶이 이처럼 피폐해진데 따른 부채의식을 먼저 느끼라는 것이 호남의 요구다. 호남정치가 실종됐으면 그동안 2선, 3선을 지낸 국회의원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물론 당사자야 장관은 실력이 있어야 하고 2선, 3선의 국회의원은 잘나고 똑똑해야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을 테다.

하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능력과 소신보다는 줄 잘 서고 임명권자에게 잘 보이면 주어지는 것이 장관이고 국회의원이라고 주민들은 여기고 있다. 이는 사실상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더민주당에서 뛰어내린 국회의원들은 한결같이 ‘친노’와 ‘호남’이라는 두 단어를 필수로 들먹이고 있다. ‘친노’의 패권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호남’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맞는 말이다. 친노 패권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호남의 권익은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천번만번 동의한다.

하지만 더민주에서 뛰어내리면서 “그렇지만 내 잘못도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한다. 친노패권을 들먹이기 전에 자신의 책임을 먼저 통감하고 사과했어야 옳다.

이들 현역의원들이 더민주가 호남에서 민심을 잃은 원인의 상당부분을 제공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출마 선언은커녕 자신의 내부를 성찰하는 국회의원조차 찾아 볼 수가 없다. ‘나는 잘했는데 친노가 문제’라는 것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환영받는 것은 이런 그들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바꿔야 한다’는 지역의 민심도 그들이 제공한 셈이다. 안철수가 좋아서, 아니면 문재인이 싫어서 바꾸자는 것은 핵심이 될 수 없다. 무능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지역의 정치권을 바꾸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변하자는 각성의 발로이다.

지난해 12월 말 광주의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이를 뒷받침한다. ‘참여자치21’은 지난해 말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4.13총선에서 현재 국회의원이 한 번 더하기를 바라는지, 새인물로 교체되기를 바라는지”물었다. 응답자의 64%가 ‘교체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반면 ‘현 국회의원이 한 번 더하기를 바란다’는 응답은 22.1%에 불과했다.

안철수의 고민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어서는 안 된다. 자칫 ‘도로 더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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