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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떠난 자리 달라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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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떠난 자리 달라진게 없다
  • 이신우기자
  • 승인 2020.05.3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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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 있지만 유명무실
주차관리 등 업무범위 논란

'주민 갑질'에 시달린 끝에 세상을 등진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가 생전 남긴 경비일지와 근로계약서, 취업계약서는 경비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애매모호한 휴게시간, 현행법상 요건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업무 범위, 언제든 '주민 갑질'을 당할 수 있는 취업규칙 내 독소조항 등이 널리 퍼져 있다고 노동현장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씨의 경비일지에는 매일 가로등 점·소등시간이 기재돼 있었지만 휴게시간은 늘 빈칸이었다. 경비일지 양식이 바뀌기 전인 작년 12월 21일까지는 일지에 휴게시간을 적는 칸조차 없었다.

휴게시간이 온전히 보장된 날이 있었다고 가정해도 최씨가 제대로 쉬기는 어려운 여건이었다. 별도 휴게공간이 없는 탓이다. 오가는 주민들의 눈에 그대로 띄는 경비실에 머무르면서 마음 편히 휴식하기란 어렵다. 최씨의 생전 경비일지에는 주차 관련 민원이 여러 차례 나온다.

현행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용역회사 소속으로 아파트와 같은 시설경비를 맡은 경비원이 할 일은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씨의 경비일지에는 항상 '음식 폐기통 물청소', '분리수거', '담배꽁초 청소', '주차 관리' 등 관리업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시설경비와 관리업무가 분리돼 있으나 이를 엄격히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두 업무의 분리를 강제하고 경비노동자가 관리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할 경우, 대부분 고령인 경비노동자의 대대적 감원이 우려되는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전국매일신문] 이신우기자
lees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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