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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재산공개 명함'을 상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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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재산공개 명함'을 상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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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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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자신을 소개하고 악수를 합니다.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먹 악수를 합니다. 아예 악수를 하지 않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어서 명함을 주고 받습니다.

명함에는 이름, 주소, 직업, 경력, 전화번호, 메일, 브로그, 홈페이지 등이 표기됩니다만 평생동안 받아본 명함에 자신의 자산을 적은 것은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공직자 자산등록이라는 제도가 생겨나서 공무원, 국회의원, 도의원, 도지사, 시장군수, 대통령까지 재산을 공개합니다. 재산공개내역을 보면 당사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그간의 이분에 대한 이미지가 살짝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모든분들의 명함에 사는 집이 자가, 전세, 월세인지, 토지, 건물 등 자산 보유현황, 현금을 저금한 금융정보를 명함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공적인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는 법으로 제도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자신이 이른바 '猝富(졸부)'라는 것이 바로 명함에 나타날 것을 우려하여 사회활동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고 투명한 자산가는 자신감있게 세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장은 연봉이 수십억원인 분이 많다고 하던데 이분들의 자산을 명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웃을 위한 기부운동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자신의 재산상황이 투명하게 세상에 공개되면 아무래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을 더 많이 내고자 할 것입니다.

재산대비 성금비율의 사회적 기준점이 잡힐 것이고 늘 그 비율에 맞게 살려는 삶의 가이드라인이 설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경기도내 신도시 개발지역에서는 토지보상금을 받은 규모별로 모임이 형성되었다 합니다. 10억그룹, 30억 그룹이 있었고 수억원 수준은 기타 그룹도 있었다 했습니다. 누군가가 차를 바꾸면 모임의 졸부들이 줄이어 새차를 구매했다 합니다.

재산상 격차가 많은 분들끼리 만나는 일반 모임의 멤버들간에도 명함에 재산보유액이 기록된다면 점심값 내는 회원과 저녁에 카드를 꺼내는 회원이 대략 정해지는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재산이 적은 회원은 비교적 가벼운 점심값만 내면 될 것이고 여유가 있는 회원은 공식적으로 저녁값을 카드로 내고 박수를 받으면 될 일입니다.

이른바 졸부의 전성시대 1990년대에 신도시 동장을 한 동료의 회고에 의하면 저녁에 15명이 갈비에 비싼 술을 먹었는데 누가 계산을 하였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고 다음날 오전내내 그 누구도 누가 지불했는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했습니다. 그냥 내가 식비를 지불한 것으로 기분을 내면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이야기와 스토리가 극단으로 내달린 듯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한 두 번은 살아가면서 엉뚱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기존의 제도와 질서가 정답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작가의 엉뚱하고 아름다운 상상이 소설이 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멋진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인 줄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오늘 문득 코로나19의 여파가 이렇게도 커가고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면서 불쑥 영화 벤허에서 큰비가 내리자 문둥병이 쓸려 확실하게 사라지듯이 우리에게도 어느 날 큰 바람이 불어 코로나19바이러스를 드넓은 태평양 한가운데로 몰고 가서 심연의 바닷속에 수장시키는 호쾌한 영화의 한 장면같은 시원함을 기대하게 됩니다. 코로나19 극복의 힘의 원천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국민모두의 동선을 ‘재산공개 명함’처럼 숨김없이 밝히는데에 있다는 사실에 크게 공감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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